“다른 사람의 과오와 실책을 들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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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과오와 실책을 들었다면…”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5.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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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④
▲ 광무제(光武帝) 마원(馬援)의 초상.

[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④

[한정주=역사평론가] 馬援曰(마원왈) 聞人之過失(문인지과실)이면 如聞父母之名(여문부모지명)하여 耳可得聞(이가득문)이언정 口不可言也(구불가언야)니라.
(마원이 말하였다. “다른 사람의 과오와 실책을 듣게 되었다면 마치 부모님의 이름을 들은 것처럼 귀로는 들었을망정 입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여기 이 구절 역시 앞서 소개했던 범엽의 『후한서』 〈마원열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마원은 형의 두 아들인 조카 마엄(馬嚴)과 마돈(馬敦)을 무척이나 예뻐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명장으로 명성을 떨친 마원의 위세를 믿어서인지 경솔하게도 빈객들과 교제를 맺고 나랏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의하는 일을 즐겼다.

마원은 당시 교지(交趾: 지금의 베트남)에 머물고 있었는데 두 조카의 행실을 그대로 두면 앞날이 좋지 않을까 크게 염려하여 편지를 써서 훈계했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여기에 실어놓은 “다른 사람의 과오와 실책을 듣게 되었다면 마치 부모님의 이름을 들은 것처럼 귀로는 들었을망정 입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은 바로 두 조카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원이 한 말이다.

이에 덧붙여 마원은 자신은 “다른 사람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조정의 일에 대해 비난을 일삼는 자를 몹시 혐오한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일을 하지 말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그리고 마원은 당대의 이름 높은 현자 용백고(龍伯高)와 호걸 두계량(杜季良)의 인품과 기상을 비교하면서 두 조카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다.

마원은 용백고는 사람됨이 신중하고 겸손하며 검약하고 청렴하여 위엄이 있다고 했다. 또한 두계량에 대해서는 의리가 두텁고 의협심이 강해 다른 사람의 근심과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함께 걱정하고 또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자신의 일처럼 함께 즐거워할 줄 안다고 했다.

그렇다면 마원은 두 조카에게 어떤 사람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마원은 두계량이 아닌 용백고를 본받으라고 두 조카에게 말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용백고를 본받는다면 비록 이익과 출세와 명예를 얻지는 못한다고 해도 근면하고 신중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두계량을 본받으려고 하다가 이익과 출세와 명예를 얻지 못한다면 자칫 천하의 경솔하고 천박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백고를 본받으면 “고니를 새기려고 하다가 실패한다고 해도 오히려 집오리와 비슷하게 되지만〔刻鵠不成尙類鶩(각곡불성상유목)〕”, 두계량을 본받으면 “호랑이를 그리려고 하다가 실패할 경우 오히려 개와 유사하게 된다〔畵虎不成反類狗(화호불성반유구)〕”는 것이다.

어떤 뜻을 세우고 근면하고 신중하게 노력하면 최소한의 성과는 이룰 수 있다는 뜻의 ‘각곡유목(刻鵠類鶩)’과 자신의 능력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우스운 꼴이 되고 만다는 뜻의 ‘화호유구(畵虎類狗)’라는 고사성어가 마원의 편지 구절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훗날 두계량은 조정에서 파직당하는 불운을 겪은 반면 용백고는 태위(太尉)의 자리에까지 올랐다고 하니 마원의 사람을 보는 안목과 미래를 읽는 통찰력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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