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선행을 보면 나의 착한 점 살피고 악행을 보면 악한 점 헤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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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선행을 보면 나의 착한 점 살피고 악행을 보면 악한 점 헤아려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5.23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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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①
▲ 다른 사람의 악행을 보고 자신의 악한 점을 살핀 안회(왼쪽)와 그를 아꼈던 공자.

[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①

[한정주=역사평론가] 性理書云(성리서운) 見人之善(견인지선)이면 而尋其之善(이심기지선)하고 見人之惡(견인지악)이면 而尋其之惡(이심기지악)하라 如此(여차)면 方是有益(방시유익)이니라.
(『성리서』에서 말하였다. “다른 사람의 선행(善行)을 보면 나에게도 착한 점이 있는지 찾아보고, 다른 사람의 악행(惡行)을 보면 나에게도 악한 점이 있는지 살펴보라. 이와 같이 한다면 바야흐로 유익함이 있을 것이다.”)

-『성리서』는 『성리대전(性理大典)』을 가리킨다. 명나라 영락제(永樂帝) 때 편찬된 『성리대전』은 송대(宋代) 이후 성리학자 120여명의 사상과 저술을 총망라해놓은 성리학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논어』와 함께 공자의 언행록을 대표하는 서적인 『공자가어』 〈변정(辯政)〉편에서도 이와 유사한 구절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서 공자는 “다른 사람의 선행을 말할 때에는 자신도 그 선행 속에 있는 것처럼 힘써 드러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악행을 말할 때에는 자신도 마치 재앙을 받는 것처럼 몹시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의 선행은 본받아서 힘써 실천하려고 하는 반면 다른 사람의 악행은 두려워서 애써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선행은 날로 늘어나고 악행은 날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유익함이 있는 일이라는 얘기이다.

또한 공자는 다른 사람의 선행을 숨기는 일은 이른바 현자(賢者)를 숨기는 일이고, 다른 사람의 악행을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 소인이 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것이야말로 유익함이 없는 일이라는 얘기이다.

다른 사람의 악행을 보고 자신의 악한 점을 살핀 사람으로는 공자의 수제자였던 안회(안자)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안회는 자신의 악한 점을 헤아리는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자신의 악한 점을 발견하면 두 번 다시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 저지르지 않는다는 ‘불이과(不貳過)’라는 고사성어는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남송 성리학의 태두 중 한 사람인 정자(程子)의 사례도 참고해볼 만하다. 정자는 나이 16~17세 무렵 사냥을 몹시 좋아했는데 어느 날 문득 염증을 느껴 더 이상 사냥을 즐기지 않게 되었다.

마음에 꺼림칙한 일을 떨쳐냈다는 기쁨에 정자는 스승 주돈이에게 “이제 저는 더 이상 사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돈이는 “어찌 그렇게 쉽게 말하느냐? 그대의 마음속에 아직 사냥을 좋아하는 마음이 잠재해 있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하루아침에 그 마음이 싹을 틔우면 다시 처음처럼 사냥을 좋아하는 마음이 드러날 것이다”라고 충고해준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어느 날 정자는 문득 들판에서 사냥하는 사람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기뻐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때서야 비로소 정자는 사냥을 좋아하는 마음이 자신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난 날 스승 주돈이가 했던 충고를 새삼 떠올렸다.

여기에서 소개한 정자의 이야기는 율곡 이이가 유학과 성리학의 핵심사상을 집대성해 저술한 『성학집요(聖學輯要)』 〈수기(修己)〉 하편에 기록되어 있다.

율곡이 정자의 사례를 소개한 것은 다른 사람의 악행을 보면 자신에게도 악한 점이 있는지 헤아리는 일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마칠 때까지 끊임없이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의 악행을 볼 때 자신을 경계하고 살피고 극복하고 다스리는 노력을 한 순간이라도 게을리 하게 되면 자기 속의 악한 기질과 마음이 언제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성리학사에서 성현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정자조차 오랜 세월 수양을 하고도 자기 마음속에 잠재해있던 악한 기질과 마음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했는데 일반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냐는 것이다.

자신을 성찰하고 또 성찰하고 다시 성찰하는데 더욱 힘쓰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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