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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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5.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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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3강 순명편(順命篇)…운명에 순응하라①

[명심보감 인문학] 제3강 순명편(順命篇)…운명에 순응하라①

[한정주=역사평론가] 子曰(자하왈) 死生(사생)은 有命(유명)이요 富貴(부귀)는 在天(재천)이니라.
(공자가 말하였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

공자의 제자 중 한 사람인 사마우(司馬牛)에게는 한 가지 커다란 근심거리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형 사마상퇴(司馬尙魋) 때문이었다.

공자가 저술한 노나라의 역사서인 『춘추』 ‘애공(哀公) 14년’을 읽어보면 송나라의 대부 사마상퇴가 자신의 형제들과 힘을 합쳐 군주 경공(景公)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는 기록이 나온다.

민심을 얻지 못한 사마상퇴의 반란은 실패로 끝났고, 이후 사마상퇴는 위(衛)나라로 도망쳤다. 당시 사마우는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제(齊)나라로 몸을 피했다.

공자의 제자가 된 이후에도 사마우는 반란을 도모한 형 사마상퇴로 인해 항상 자신이 원하지 않는 죽음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 이러한 사마우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간파한 공자는 “군자는 근심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마음으로 반성하여 잘못이 없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는 가르침을 주었다.

스스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이켜보고 잘못이 없다면 삶과 죽음에 대해 근심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공자의 가르침에도 사마우는 근심과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한 것 같다. 형 사마상퇴의 반란으로 형제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홀로 남게 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동문(同門)인 자하에게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다 형제가 있다. 오직 나만 혼자구나.”

이 말을 듣고 있던 자하가 일찍이 스승인 공자에게 들은 적이 있는 말을 인용해 답변해준 말이 여기에 등장하는 “死生(사생)은 有命(유명)이요 富貴(부귀)는 在天(재천)이니라”는 구절이다.

『논어』 〈안연〉편에 실려 있는 자하의 발언을 옮기면 이렇다.

“나는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들었다. 군자는 공경하고 삼가기 때문에 허물이 없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공손한 마음으로 예의를 갖춘다면 사해(四海) 안의 모든 사람이 다 형제가 되는 것이다. 이치가 이러한 데 어떻게 형제가 없다고 근심하고 두려워하겠는가?”

죽음과 삶은 운명이요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기 때문에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의 두려움에 전전긍긍하는 사마우에게 자하는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왜 근심하고 두려워하느냐고 은근히 힐책하고 있다.

오히려 자하는 사마우에게 ‘공경’과 ‘공손’과 ‘예의’를 지니고 사람을 대한다면 세상사람 모두 형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형제가 없다고 근심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공경과 공손과 예의를 실천해 세상 사람 모두를 형제로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형제인데 누가 나를 해치겠는가? 이치가 이러한 데 무엇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전긍긍하겠는가?

흥미로운 사실은 이 구절의 원 출처인 『논어』 〈안연〉편에는 여기 『명심보감』처럼 ‘자왈(子曰)’, 즉 공자의 말로 기록되어 있지 않고 자하의 말, 곧 ‘자하왈(子夏曰)’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하 스스로 자신의 말이 아니라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 말이라고 했기 때문에 『명심보감』의 엮은이는 공자의 제자인 자하가 스승인 공자에게 들은 말이라고 판단하여 ‘자왈(子曰)’로 바꿔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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