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짓으로 명성 떨치면 사람은 용서해도 하늘이 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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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으로 명성 떨치면 사람은 용서해도 하늘이 벌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5.0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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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강 천명편(天命篇)…하늘의 명(命)을 따르라⑤
▲ 주왕은 달기라는 여인을 총애하여 그녀와 함께 온갖 엽기적인 행각과 형벌을 일삼았다. 특히 주왕과 달기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고사성어의 어원이 되는 엽기적인 성 행각을 즐겼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2강 천명편(天命篇)…하늘의 명(命)을 따르라⑤

[한정주=역사평론가] 莊子曰(장자왈) 若人(약인)이 作不善(작불선)하여 得顯名者(득현명자)는 人雖不害(인수불해)나 天必誅之(천필주지)니라.
(장자가 말하였다. “만약 사람이 나쁜 일을 해서 그 이름을 세상에 드러낸다면 다른 사람이 비록 해치지 않는다고 해도 하늘이 반드시 그를 죽일 것이다.”)

포악무도한 짓으로 치자면 주왕은 걸왕보다 몇 곱절은 더 잔혹한 폭군이었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 〈은본기(殷本紀)〉에 기록되어 있는 주왕의 악행(惡行)은 말로 옮기기에도 끔찍할 지경이다.

주왕은 달기라는 여인을 총애하여 그녀와 함께 온갖 엽기적인 행각과 형벌을 일삼았다. 특히 주왕과 달기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고사성어의 어원이 되는 엽기적인 성 행각을 즐겼다. “以酒爲池懸肉爲林(이주위지현육위림)”, 즉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매달아 숲을 이루게 한” 다음 남녀가 발가벗고 그 안에서 밤낮없이 서로 어울려 쫓아다니며 술을 퍼마셨다고 한다.

더욱이 자신을 비판하는 신하나 배반하는 백성들은 기름을 칠한 구리기둥을 설치하고 그 아래에는 숯불을 지핀 다음, 그 구리기둥 위를 맨발로 걸어가게 하여 미끄러져 불속으로 떨어져서 타 죽게 했다. 특히 주왕과 달기는 이 형벌을 직접 지켜보면서 박장대소하며 사람이 불에 타 죽는 광경을 즐겼다고 한다.

결국 주왕의 포악무도한 행위에 분노한 제후 800여명이 주왕을 죽이자고 뜻을 모은 다음 무왕에게 주왕을 정벌해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이때 무왕은 “아직 천명(天命)을 모르겠다”면서 제후들을 해산시켰다.

이러한 일이 있고 난 이후에도 주왕은 음란한 행위와 포악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주왕은 목숨을 바쳐 간언하는 숙부 비간(比干)에게 자신은 “성인(聖人)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내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성인으로 존경받던 기자(箕子)는 주왕의 행동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두려운 나머지 미친 행세를 하다가 감옥에 갇히게 되고, 은나라의 태사와 소사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귀물(貴物)인 제기와 악기를 들고 무왕에게 귀순한다. 이때에 와서야 무왕은 비로소 주왕을 정벌할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해 군대를 일으켰다.

그런데 지난날 ‘천명’을 이유로 800여명 제후들의 요구를 거절했던 무왕은 이번에도 주왕 정벌에 나서는 이유를 ‘천명’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늘의 뜻이 주왕에게 벌을 내려서 그를 멸망시키는데 있기 때문에 자신은 그와 같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폭군 주왕을 정벌해 하늘의 벌을 집행할 뿐이라는 것이다.

『서경』 〈주서(周書)〉편에 실려 있는 ‘태서(泰誓)’는 무왕이 주왕 정벌의 명분과 취지를 밝히고자 자신의 군대에 내린 훈시이다. 여기에서 무왕은 과거 걸왕 정벌에 나선 탕왕이 “유하다죄(有夏多罪) 천명극지(天命殛之)”, 곧 “하나라의 걸왕이 수많은 죄를 지어서 하늘이 그를 죽이라고 명하였다”고 말한 것과 유사하게 “상죄관영(商罪貫盈) 천명주지(天命誅之)”라고 말했다. “상나라 주왕의 죄가 가득 차고 넘쳐서 하늘이 그를 죽이라고 명하였다”는 뜻이다.

무왕의 말은-탕왕에 뒤이어서-악행을 쌓으면 천자(天子)라고 할지라도 하늘의 벌을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천명사상을 증명하는 두 번째 역사적 기록이라고 하겠다. 주왕 역시 걸왕과 마찬가지로 악한 짓이 가득 차 마침내 하늘로부터 벌을 받아 죽임을 당하고 나라는 멸망한 제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인물로 길이길이 전해지고 있다.

지극히 존귀한 존재인 제왕도 악행으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게 되면 하늘이 반드시 죽이는데, 하물며 일반 사람이 나쁜 일로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도 하늘의 벌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겠느냐는 게 여기 장자가 남긴 말에 담긴 준엄한 경고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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