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상태바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4.24 0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2강 천명편(天命篇)…하늘의 명(命)을 따르라②
▲ 소강절의 초상화.

[명심보감 인문학] 제2강 천명편(天命篇)…하늘의 명(命)을 따르라②

[한정주=역사평론가] 康節邵先生曰(강절소선생왈) 天廳寂無音(천청적무음)하니 蒼蒼何處尋(창창하처심)고 非高亦非遠(비고역비원)이니 都只在人心(도지재인심)이니라.
(소강절 선생이 말하였다. “하늘이 듣는 것은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푸르고 푸른데 어느 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높지도 않고 또한 멀지도 않아 모두가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구나.”)

이 구절은 소강절이 지은 ‘천청음(天聽吟)’이라는 제목의 오언절구(五言絶句) 시이다. 소강절의 문집인 『격양집(擊壤集)』에 수록되어 있다.

앞으로 계속 확인할 수 있겠지만 소강절은 『명심보감』에 등장하는 사람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자를 제외하고- 장자나 태공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공자나 장자나 태공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처럼 소강절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 역시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명심보감』을 읽다보면 ‘왜 소강절이라는 이 비유명인이 이렇게 자주 등장하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도대체 소강절이란 인물이 누구이기에 『명심보감』을 엮은이는 그의 말과 글을 이토록 자주 언급하고 중요하게 다루고 있을까?

소강절은 북송 초기에 활동한 대(大) 사상가이다. 평생 벼슬하지 않고 학문만 즐기며 살았던 그는 스스로 ‘안락선생(安樂先生)’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편안하게 살았다고 한다. 특히 낙양 부근에 은거해 살면서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장횡거, 정명도·정이천 형제, 사마광(사마온공) 등과 교제하면서 크게 명성을 떨쳤다.

『주역』의 상수(象數)와 도가 사상을 결합한 선천상수학(先天象數學)의 대가였던 소강절은 수(數)의 이치로 앞날을 내다보고 미래를 예견할 줄 아는 ‘예지력의 소유자’로 이름을 날리면서 당시 지배계급인 사대부를 비롯해 세상 온갖 사람들의 관심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소강절은 천지와 우주의 본원은 태극(太極)이고 자연 만물은 태극으로부터 형성되고 변화한다고 생각했다. 태극의 ‘지극히 바르고 지극히 중심이 되는〔至正至中〕’ 곳에서 만물이 형성되고 변화한다는 그의 철학은 ‘지극히 바르고 지극히 중심이 되는〔至正至中〕’ 심법(心法), 곧 마음의 법이 태극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심위태극(心爲太極) 도위태극(道爲太極)”, 즉 “마음이 태극이고 도가 태극이다”라는 것이 소강절이 도달한 철학적 결론이었다. 쉽게 말해 여기에서 심(心)은 마음이고 태극(太極)은 우주이고 도(道)는 진리로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보면 마음이 곧 우주이고, 마음이 곧 진리가 된다. 사람의 마음이 있어서 천지와 자연 만물 곧 우주가 존재하고, 우주의 진리 역시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명심보감』의 이 구절은 하늘은 말이 없어서 그 뜻이 무엇인지 들을 수도 없고 또한 찾을 수도 없지만 천지와 자연과 우주의 모든 것이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심법(心法), 곧 마음의 법칙을 따르면 천명(天命), 즉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들을 수도 있고 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소강절의 심법(心法)은 ‘자연과 우주 만물의 법칙을 관찰하는 것’, 즉 관물(觀物)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그는 자연과 우주 만물에 대한 ‘나’의 관찰과 법칙의 탐구가 객관적이기 위해서는 편견과 왜곡을 일으키는 ‘나’의 판단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아관물(以我觀物) 이물관물(以物觀物)”, 곧 “나로서 사물을 관찰하지 않고 사물로서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 소강절이 말하는 관물의 이치이다.

이러한 까닭에 소강절에게 자연과 우주 만물을 관찰한다는 것은 ‘나’를 자연과 우주 만물 속에 존재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연과 우주 만물이 스스로의 이치를 말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나’는 자연과 우주 만물이 되고 내 마음의 법칙이 자연과 우주 만물의 형성과 변화의 법칙과 다르지 않게 된다. 이것이 소강절이 말하는 ‘심법(心法)’의 요체이다.

『명심보감』은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이다. 마음을 밝히는 책인 만큼 사람의 마음을 깊이 탐구했던 소강절의 말과 글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비록 소강절이 『명심보감』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 즉 공자나 장자 혹은 태공과는 다르게 비유명인이지만 ‘마음을 밝힌다’는 『명심보감』의 본뜻과 앞으로 계속 등장하게 될 그의 말과 글을 연관 지어 독해한다면 그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