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따르는 사람은 보존하고 하늘을 거스르는 사람은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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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따르는 사람은 보존하고 하늘을 거스르는 사람은 멸망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4.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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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강 천명편(天命篇)…하늘의 명(命)을 따르라①

[명심보감 인문학] 제2강 천명편(天命篇)…하늘의 명(命)을 따르라①

[한정주=역사평론가] 孟子曰(맹자왈) 順天者(순천자)는 存(존)하고 逆天者(역천자)는 망(亡)이니라.
(맹자가 말하였다. “하늘의 명을 따르는 사람은 보존하고, 하늘의 명을 거스르는 사람은 멸망한다.”)

『명심보감』 〈천명〉편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이 구절은 맹자가 “인정(仁政)은 천하무적(天下無敵)이다”, 즉 “어진 정치를 베풀면 천하에 대적할 사람이 없다”는 자신의 정치사상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천하에 올바른 도리가 행해지면 덕(德)이 부족한 사람이 덕이 큰 사람을 따르게 되고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현명한 사람을 따르게 된다. 반면 천하에 올바른 도리가 행해지지 않으면 작은 나라는 큰 나라의 지배를 받게 되고 힘이 약한 나라는 힘이 강한 나라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 두 가지는 하늘의 이치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치를 따르는 사람은 보존하지만 거역하는 사람은 멸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올바른 도리가 행해지는 세상은 곧 인의(仁義)로 다스려지는 세상을 뜻하고, 올바른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 세상은 힘, 곧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다스려지는 세상을 뜻한다.

그러면서 맹자는 올바른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 세상이라고 해도 작은 나라와 약한 나라가 백성들에게 인정(仁政), 즉 어진 정치를 베풀면 제 아무리 큰 나라와 강한 나라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진 정치가 행해지는 나라를 힘으로 정복하고 지배한다는 것은 곧 인의(仁義)와 민심(民心)을 거스르는 포악무도한 행동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소국이 강대국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어진 정치를 베풀어야 한다. 반면 약소국이면서 강대국처럼 힘에 의존한 정치를 행하거나 힘으로 강대국에 맞서려고 한다면 결국 강대국에 의해 멸망을 자초하는 꼴이 되고 만다.

어진 정치를 행하면 천하에 대적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약소국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백성들에게 어진 정치를 베풀어 민심을 모으고 국론을 통합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까닭에 공자 역시 “어진 정치를 베풀면 제 아무리 많은 무리가 닥쳐온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다. 그래서 어진 정치를 좋아하는 나라는 천하에 두려울 상대가 없는 법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맹자의 저술인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 上)’ 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여기 ‘천명편’에서 말하는 ‘천(天)’이란 하느님이나 절대자와 같은 인격적인 신(神)의 존재를 가리키기보다는 ‘일체의 자연’을 뜻한다고 해석해야 맞다. 마찬가지 이치로 ‘천명(天命)’은 ‘하느님 혹은 절대자의 뜻이나 명령’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이치 또는 섭리’로 보는 게 마땅하다.

다시 말해 여기에서 ‘천(天)’은 일체의 자연이 곧 신이며 또한 신은 곧 일체의 자연이라고 보는 범신론(汎神論)에 가까운 개념이다. 따라서 ‘하늘의 명을 따르는 사람은 보존하고, 하늘의 명을 거스르는 사람은 멸망한다’는 말은 하느님이나 절대자와 같은 신적 존재에게 복종하거나 순종하면 보존하고 그렇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은 보존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살아가는 사람은 멸망한다’는 가르침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자연(自然)’이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스스로 존재하거나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를 뜻한다고 나와 있다.

이렇듯 자연의 이치 또는 섭리를 천명(天命)으로 보는 맹자의 사상을 고스란히 옮겨 적은 것이 『맹자(孟子)』 ‘만장 상(萬章 上)’ 편에 나온다. “莫之爲而爲者(막지위이위자)는 天也(천야)요 莫之致而至者(막지치이지자)는 命也(명야)니라”가 그것이다. 그 뜻을 풀이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은 ‘하늘〔天〕’이요, 이루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의 명〔天命〕’이다”다.

이후 제3강의 〈순명(順命)〉편에 나오는 금언과 격언 역시 운명에 순종하거나 굴복하며 살라는 수동적인 삶의 가르침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나 섭리를 거스르지 말고 도리에 맞게 살고 순리에 따라 행동하라는 적극적인 도덕적 삶의 가르침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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