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행하는 사람과 나쁜 일 행하는 사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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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행하는 사람과 나쁜 일 행하는 사람의 차이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4.19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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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⑨
▲ 오악 가운데 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태산에 거처하면서 죽은 자, 즉 사후 세계를 다스리는 도교의 신선인 동악성제.

[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⑨

[한정주=역사평론가] 東岳聖帝垂訓曰(동악성제수훈왈) 一日行善(일일행선)이라도 福雖未至(복수미지)나 禍自遠矣(화자원의)요 一日行惡(일일행악)이라도 禍雖未至(화수미지)나 福自遠矣(복자원의)니 行善之人(행선지인)은 如春園之草(여춘원지초)하여 不見其長(불견기장)이라도 日有所增(일유소증)하고 行惡之人(행악지인)은 如磨刀之石(여마도지석)하여 不見其損(불견기손)이라도 日有所虧(일유소휴)니라.

(동악성제가 훈계를 내려 말하였다. “하루 동안이라도 착한 일을 한다면 비록 복(福)은 이르지 않는다고 해도 재앙은 저절로 멀어질 것이다. 하루 동안이라도 악한 일을 한다면 비록 재앙은 이르지 않는다고 해도 복은 저절로 멀어질 것이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마치 봄 동산의 풀처럼 눈에 풀이 자라나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날마다 자라나는 것과 같다.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은 마치 칼을 가는 숫돌처럼 눈에 숫돌이 닳아 없어지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날마다 닳아 없어지는 것과 같다.”

동악성제(東岳聖帝)는 동악대제(東岳大帝) 또는 태산부군(泰山府君)이라고 불리는 도교의 신선이다. 동악은 중국의 오악(五岳) 가운데 하나인 태산(泰山)을 가리킨다. 참고로 중국의 오악은 동악인 태산, 서악(西岳)인 항산(恒山), 남악(南岳)인 형산(衡山), 서악(西岳)인 화산(華山), 중악(中岳)인 숭산(嵩山) 등이다. 그래서 동악성제를 태산부군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동악성제는 오악 가운데 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태산에 거처하면서 죽은 자, 즉 사후 세계를 다스리는 존재이다. 따라서 동악성제는 실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상상속의 존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동악성제의 훈계라는 것도 그가 직접 남긴 말이라기보다는 누군가 그의 권위를 빌어 남긴 말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과연 착한 일을 하면 복은 이르지 않는다고 해도 재앙은 저절로 멀어질까? 악한 일을 하면 재앙은 이르지 않는다고 해도 복은 저절로 멀어질까? 주변의 누군가에게 이렇게 얘기한다면 아마도 “참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네”라는 말을 듣기 십상일 것이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고 하지만 실제 착한 일을 한다고 곧바로 복을 받거나 혹은 착한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다 복을 받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 이치로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고 하지만 실제 악한 일을 한다고 곧바로 벌을 받거나 혹은 악한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다 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불행하거나 가난하게 사는 경우가 다반사고,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이 호의호식(好衣好食)하고 더 떵떵거리며 잘 살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재앙을 받고,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이 복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가르침에 따르면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선업(善業)이란 것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종국에는 선한 결과를 낳게 되고, 반면 악업(惡業)이란 것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에는 악한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걸릴 뿐 -당대가 아니면 후대에 가서라도 혹은 자신이 아니면 후손에게라도- 선은 선을 낳고 악은 악을 낳는다는 이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착한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키고, 악한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킬까? 이에 대해서는 『소학(小學)』 〈가언(嘉言)〉편에 실려 있는 북송 때의 대 사상가 소강절의 말이 주목해 볼 만하다.

소강절이 말하는 착한 일을 한다는 것은 첫째 눈으로는 예(禮)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지 않고, 둘째 귀로는 예에 어긋나는 소리를 듣지 않고, 셋째 입으로는 예에 어긋나는 말을 하지 않고, 넷째 예에 어긋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고, 다섯째 악한 사람과는 교제하지 않고, 여섯째 의롭지 않은 물건은 소유하지 않고, 일곱째 어진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을 마치 지초(芝草)나 난초(蘭草)를 가까이 하는 것처럼 하고, 여덟째 악한 사람을 피하는 것을 마치 뱀이나 전갈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악한 일을 한다는 것은 첫째 말을 간사하고 교묘하게 속이며, 둘째 행동이 음험하며, 셋째 이로움을 따지기를 좋아하고, 넷째 잘못을 거짓으로 꾸미고, 다섯째 여색을 지나치게 좋아하고, 여섯째 나쁜 짓을 즐거워하고, 일곱째 선량한 사람을 시기한 나머지 비방하기를 마치 원수 사이를 벌려놓는 것처럼 하고, 여덟째 법을 어기고 죄를 저지르는 것을 마치 매일 음식을 먹는 것처럼 하는 것이다.

소강절은 그러면서 착한 일을 한다는 것은 길(吉)하고 악한 일을 한다는 것은 흉(凶)하기 때문에 인간사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란 하늘의 뜻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이 불러들이는 결과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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