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많이 해도 선(善)은 부족하고, 아무리 적게 해도 악(惡)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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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이 해도 선(善)은 부족하고, 아무리 적게 해도 악(惡)은 남는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4.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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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⑤
▲ 후한(後漢) 초기 광무제(光武帝) 때의 명장(名將) 마원.

[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⑤

[한정주=역사평론가] 馬援曰(마원왈) 終身行善(종신행선)이라도 善猶不足(선유부족)이요 一日行惡(일일행악)이라도 惡自有餘(악자유여)니라.
(마원이 말하였다. “죽을 때까지 착한 일을 행한다고 해도 선행은 오히려 부족하다고 할 것이고, 단 하루라도 악한 일을 행한다면 악행은 저절로 남게 되는 것이다.”)

마원은 후한(後漢) 초기 광무제(光武帝) 때 크게 이름을 떨친 명장(名將)이다. 명장 마원에 관한 이야기는 범엽(范曄)이 지은 후한의 역사서인 『후한서(後漢書)』 <마원열전(馬援列傳)>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후한서』는 역사서의 최고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와 반고의 『한서(漢書)』 그리고 -나관중의 역사소설인 『삼국지연의』의 토대가 된-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와 함께 중국 역대 왕조의 정사(正史)인 25사(二十五史)를 대표하는 ‘4대 역사서’라고 불릴 만큼 명저이기도 하다.

중국사에서는 한나라를 크게 전한(前漢: 혹은 서한(西漢))과 후한(後漢: 혹은 동한(東漢))으로 구분해 부른다.

고조(高祖) 유방이 개국한 한나라는 제14대 황제인 평제(平帝) 때 외척인 왕망(王莽)에 의해 멸망당한다. 가황제(假皇帝)를 자칭한 왕망은 신(新)이라는 국호의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그런데 왕망의 신나라는 불과 15년 만에 한나라 황실의 후손인 유수(광무제)에게 멸망당한다.

유수(광무제)는 한나라 황실의 후손답게 한나라를 재건했다. 유수(광무제)가 재건한 한나라를 이전 시대의 한나라 즉 전한과 구분하여 후한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후한은 제14대 황제인 헌제(獻帝) 때 조조의 아들 조비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겨주면서 멸망하고 만다.

반고의 『한서』는 한나라 시대 중 전한(서한)을 다룬 역사서이고, 범엽의 『후한서』는 제목 그대로 후한(동한)을 다룬 역사서이다. 이 때문에 반고의 『한서』를 『전한서(前漢書)』 혹은 『서한서(西漢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 선행을 해도 오히려 선행은 부족하지만 단 하루라도 악행을 저질렀다면 죽은 이후까지 악행이 남게 될 것이다’라고 한 마원 자신은 과연 그 말에 합당한 삶을 살았을까?

『후한서』 <마원열전>에 기록되어 있는 마원의 생전 언행과 삶의 궤적을 추적해보면 그가 매우 선(善)하고 의(義)로운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12세 때 고아가 된 마원은 목동(牧童)이 되려는 꿈을 품고 북방으로 간 다음 목축(牧畜)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말을 다루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던 데다가 사업 수완까지 뛰어났던 마원은 소와 양 등의 가축이 수천 마리에 이르고 식량도 수만 섬에 달할 정도로 거부(巨富)가 되었다. 그런데 마원은 크게 성공한 이후에도 거만해지거나 방자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장부가 뜻을 세웠다면 궁색할수록 오히려 더욱 굳세야 하고 늙어서는 오히려 더욱 건장해야 한다(大丈夫爲志(대장부위지) 窮當益堅(궁당익견) 老當益壯(노당익장).”

널리 알려져 있는 ‘노익장(老益壯)’이라는 고사성어는 바로 이 마원의 말에서 나왔다. 또한 그는 여기에 덧붙여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재물과 재산을 귀하게 사용하려면 널리 베풀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그것을 지키려고만 한다면 기껏해야 재물과 재산의 노예가 될 뿐이다.”

실제 마원은 애써 모은 재물과 재산을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자신은 단지 양가죽으로 만든 갖옷만 걸치고 다녔다고 한다.

특히 아래 ‘제5강 정기편(正己篇)’에 실려 있는 또 다른 마원의 말을 읽어보면 마원이 다른 사람의 잘못과 허물을 비방하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잘못과 허물을 비방하지 않은 사람치고 악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도 아무리 많은 선행을 행해도 부족하다고 여기고 아무리 사소한 악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두려워했던 마원의 사람됨과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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