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라도 선(善)을 떠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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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선(善)을 떠나서는 안 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4.1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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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③

[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③

[한정주=역사평론가] 莊子曰(장자왈) 一日不念善(일일불념선)이면 諸惡(제악)이 皆自起(개자기)니라.
(장자가 말하였다. “하루라도 선(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모든 악(惡)이 다 저절로 일어난다.”)

『명심보감』에는 도가 사상가인 장자의 언행이 많이 등장한다. 이처럼 이 책의 엮은이는 유학 혹은 성리학에 구속받지 않고 옛 사람의 저작 중에서 가르침이 될 만한 금언과 잠언과 격언과 좌우명을 다양하게 가려 뽑았다.

그렇다면 『명심보감』의 엮은이는 누구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이것이 정설이다’라고 말하기 힘든 복잡한 상황이 존재한다. 현재 번역되어 나와 있는 『명심보감』만 보더라도 어떤 이는 고려 충렬왕 때 인물인 추적(秋適)을 엮은이로 기재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명나라 초기 때 사람인 범립본(范立本)을 원저자로 표기하고 있다.

심지어 엮은이나 원저자를 미상으로 보고 아예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는 것도 다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정설은 아니라고 해도 대략적이나마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명심보감』의 엮은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과정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과정은 명나라 초기 범립본이 엮은 원본 『명심보감』이고, 두 번째 과정은 이 원본 『명심보감』을 토대로 고려 충렬왕 때 추적이 새롭게 엮은 초략본 『명심보감』이고, 세 번째 과정은 추적의 초략본 『명심보감』에 다시 5편이 덧붙여진 증보편 『명심보감』이다. 이 증보편이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명심보감』이다.(추적 엮음, 백선혜 옮김, 『명심보감』, 홍익출판사, 2005. p13, p16 참조)

여하튼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범립본이든 추적 혹은 또 다른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이들이 명나라와 조선의 지식-문화를 지배했던 유학-성리학 권력이 배척한 장자나 열자(列子)와 같은 도가 사상가는 물론이고 동악성제나 현천상제, 제동제군 등 도교의 신선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과 저작들을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동양 고전을 읽을 때는 유학·성리학을 금과옥조(金科玉條) 혹은 절대적 진리로 보지 말고 제자백가를 비롯해 여러 분야의 학자와 문인과 사상가들의 언행을 공정하게 읽는 시각과 관점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보감』이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과 관점을 갖추고 읽을 경우 여기에서 장자가 말한 선(善)은 공자의 인(仁)으로 바꿔서 말할 수도 있다. 선(善)이 곧 인(仁)은 아니지만 인(仁)에는 선(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여기 이 구절은 『논어』〈이인(里仁)〉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 즉 “君子(군자) 無終食之間(무종식지간)을 違仁(위인)이니 造次(조차)에 必於是(필어시)하며 顚沛(전패)에 必於是(필어시)니라”라는 구절과 관련지어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군자는 식사를 하는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인(仁)을 어기지 않아야 하는 것이니 아주 다급하고 구차할 때라도 반드시 인(仁)을 간직해야 하고, 엎어지고 자빠지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도 반드시 인(仁)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장자처럼 하루라도 선(善)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고, 공자처럼 밥을 먹는 잠깐 동안에도 인(仁)을 어기지 않는다면 인간 세상의 어떤 악(惡)도 일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장자의 도가사상과 공자의 유가사상이 비록 그 주장하는 요체가 다르다고 해도 인간의 심성과 행동에 선을 일으키고 악을 물리치려고 한 점에서는 그 뜻을 함께 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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