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부른 일상의 위기…“근본은 문화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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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가 부른 일상의 위기…“근본은 문화의 위기”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4.07.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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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여파』…“경제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문화다”
 

위기는 변화를 예고하는 시그널이다. 사회와 대중은 위기 이전으로의 회귀를 바라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희망하게 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관리하기 위해 동원된 정책과 전략들은 한계를 드러냈다. 지금 세계는 전혀 다른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진입하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짊어진 금융기관과 국가, 그를 지원하는 정부 또는 주변국들의 모습은 이미 무분별하게 팽창한 금융경제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만성적인 위기와 경제 주체들의 위기감·불안 등에도 세계자본주의는 여전히 굴러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시장근본주의의 마법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흔히 위기가 발생하고 시간이 흐르면 지난 몇 년간의 변화를 회고하는 지배적 담론에 사회학적 관점들이 표면화돼 나타난다.

위기 직후 발생한 여러 제도적 조치와 관련해 사회나 정부가 눈감아온 불평등과 부조리가 비로소 문제시되고 위기에 직접 책임이 있는 기관과 기업을 구제하는 데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반면 위기의 여파를 감내해야 했던 대중들에 대한 복지는 거꾸로 다방면에서 후퇴한다.

신간 『여파』(글항아리)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경제위기라는 현상의 실제적 ‘여파’를 살펴고 현재 자본주의경제체제에서 위기는 일상이자 문화라고 강조한다.

일상적인 위기에도 제도적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문제의식 아래 다수의 국제적 학자들이 유기적·협력적 논의를 거쳐 단계적이고도 폭넓게 위기의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한다.

사회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학자들의 조사는 진행되는 위기상황의 핵심에서 다소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문화 양상이나 실증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이들의 연구가 경제위기와 직접적 관련성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사회과학적 연구의 특성상 위기가 낳은 사회의 총체적 패러다임 변화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일이 다 벌어지고 사정을 모두 알게 된 뒤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이 다 벌어진 뒤에 내리는 진단은 좀 더 동의하기 쉬운 만큼 상대적으로 무력하다.

지금까지 반복적으로 나타난 자본주의체제 내 경제위기들을 돌아볼 때 실질적 위기 국면 속에서 사회(과)학자들은 유난스레 말을 아꼈다.

예컨대 192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은 상당한 제도적 변화를 가져왔고 기업과 정부에서 예산과 인원을 감축하고 세계적으로 이주민의 흐름이 바뀌는 등 생활세계 전반에 큰 변동을 낳았다.

그러나 당시 이런 생활과 사회 환경의 실질적 변화에 관한 쟁점은 완전히 외면됐고 경제학자와 정치학자, 법학자들이 위기, 변화, 제도에 관한 연구를 대대적으로 선점했다. 하지만 이런 특정 분야에 제한된 분석은 실물경제와 동떨어졌을 뿐 아니라 각 분석들 간에도 접점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총체적 위기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경제학자들의 설명과 정치학자들의 설명이 어떤 유기적 해법으로도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그 결과 대중들은 일상적 불안을 안고 살면서도 전문가들의 이야기로부터 그들이 처한 현실에 관한 납득 가능한 설명이나 이렇다 할 돌파구를 기대할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실질적 위기현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들을 고찰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부실 자산의 증권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방치 등이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위기에 관한 극히 제한된 분석과 기술 진보 이후 과학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나 생산성의 극대화에 매달린 기업문화가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극히 추상적인 분석의 양 극단 가운데에 총체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위기의 ‘여파’와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 전반의 문화적 상황, 그 현재진행형의 위기적 삶을 두루 고찰하고 ‘지금’의 현실에서 가능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자 의미다.

때문에 이 책에서 영역 간, 다문화 간 분석의 결과로 제시하는 핵심 주제는 경제-모든 경제-는 문화라는 점이다.

 
문화적 실천은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소비, 교환 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경제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문화다. 시스템의 위기가 있다면 그곳에는 반드시 인간 행동의 근본 원리로서 기능하던 어떤 가치관이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는 문화위기의 조짐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때만 새로운 형태의 경제조직과 제도가 탄생하며 경제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보장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지금이 그런 역사적 이행기라는 가설 하에 어떤 문화적·사회적 상태가 위기로 이어졌는지를 검증한다. 그리고 위기의 여파 속에서 나타난 서로 다른 문화의 사회적 생산성을 평가한다.

사회적 현실을 지배하는 것이 어떠한 문화인가에 따라 사회는 해체 과정이나 극심한 갈등 국면으로 진입할 수도 있고 삶의 유용성에 근거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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