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화 혹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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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 혹은 현실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3.11.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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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동시개봉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합니다. 두 편 모두 금융회사의 전산 서버를 무차별 공격한 해커 이야기입니다. 영화로는 흥미진진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릅니다. 특히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될 경우 그것은 흥미가 아니라 분노로 바뀌게 됩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이 무기력하게 해커의 공격에 무너졌습니다. 두 금융회사만 탓할 수도 없습니다. 디도스 공격 때는 알면서도 정부기관의 홈페이지까지 당하지 않았습니까. 모두 영화를 통해서는 이미 경험했던 일입니다.

<네트>, <에너미오브스테이트>, <패스워드>, <스워드피쉬> 등이 대표적인 해커 영화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가 아니라 다가오는 우리의 미래였습니다. 단지 영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픽션으로 여기고 싶었을 뿐입니다.

영화 <슈퍼맨> 시리즈에 뒤통수를 맞았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영화가 설정한 의도된 악의 개념은 영화를 보면서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훗날 영화사 관계자를 통해 슈퍼맨이 맞서 싸운 악의 개념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저 공상과학영화만은 아니었음을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총 다섯 편이 제작된 슈퍼맨 시리즈의 일관된 메시지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었습니다. 이들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의 개념은 부동산투기, 해커, 핵무기 3가지였습니다. 시대가 규정하는 악의 개념을 악당의 탐욕을 통해 표현하고, 이를 슈퍼맨이 제거한다는 스토리 전개입니다.

“아버지 말씀이 돈이나 보석이 아무리 많아도 땅이 필요하다고 하셨지. 땅은 더 이상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내 기술로 창조하게 될 땅 한 조각이라도 얻어내려고 모두가 내게 간청하게 될 거야.”

<슈퍼맨 리턴즈>에서의 악당 렉스 루더가 슈퍼맨의 연인인 로이스 레인을 납치해 자신의 세계 지배 야욕을 드러내면서 한 말입니다. 슈퍼맨 시리즈의 다섯 번째인 <슈퍼맨 리턴즈>에서 규정하고 있는 악의 개념이 부동산 투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1978년과 1980년 제작된 1편과 2편에서도 부동산 투기는 악의 개념으로 등장했습니다. 미국 거품 경제의 주역이었던 부동산 재벌이 악당으로 슈퍼맨과 맞섰던 것입니다.

주인공이었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의 의견이 가장 많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 4편에서는 핵무기가 악의 개념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요즘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는 해커는 3편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얼간이 컴퓨터 기술자 거스를 이용해 완성한 막강한 성능을 가진 컴퓨터 요새로 세계 경제를 손에 넣으려는 로스 일당과의 싸움이 줄거리입니다.

영화가 영화로만 다가오지 않은 이유를 <슈퍼맨> 시리즈는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며 미래의 우리 현실을 예견해 보는 것도 위기관리 교범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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