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2014년]⑧2014년은 PER정상화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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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2014년]⑧2014년은 PER정상화 구간
  •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본부장
  • 승인 2013.12.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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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본부장 estrategy@etrade.co.kr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 jh.shin@etrade.co.kr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원 kh.choi@etrade.co.kr

호경기와 불경기는 서로 교대하고, 주식시장도 상승과 하락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따라서 기업가이든 주식 투자자이든 길게 보면 불경기에 투자하고 호황기에 투자열매를 수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경기와 주가 사이클만 놓고 보면 지금은 누구나 낙관론자일 것이다. 글로벌 경기는 이제 바닥을 지나고 있고 후퇴보다는 성장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기와 속도다.

앞에서 살펴봤던 글로벌 경기는 아직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명쾌한 답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불황기를 벗어난 것은 분명한데, 그렇다고 호황기로 바로 가기도 쉽지 않다. 불길한 징조를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2014년 KOSPI에 대한 시장의 기대수준보다 우리의 스탠스가 좀 더 낮다는 것이다. 2014년 Target KOSPI 상단은 2260포인트다.

▲ 거품과 붕괴 사이클로 보면 지금은 붕괴 국면에서의 주식 바겐세일 기간은 아니며 경기 호황기나 신기술 시대에 나타나는 버블 국면에서의 주가 프리미엄 구간도 아니다.
2014년 KOSPI의 상단을 크게 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 하나는 충족되어야 한다. EPS 개선 속도가 가파르거나 PER Re-rating 국면이 가속화되는 경우일 것이다.

거품과 붕괴 사이클로 보면 지금은 붕괴 국면에서의 주식 바겐세일 기간은 아니며 경기 호황기나 신기술 시대에 나타나는 버블 국면에서의 주가 프리미엄 구간도 아니다. 단지 절대적 주가 수준이 싸다는 것에 대한 반발 구간인 것이다. 2014년에 예상되는 KOSPI 상승을 규정해 보면 PER Re-rating보다 PER 정상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PER 정상화나 PER 재평가 모두 PER이 올라가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Level에 있다. PER정상화는 주가가 싸서 펀더멘탈 수준만큼 복원되는 것이고, PER 재평가는 펀더멘탈 이상으로 주가가 슈팅한다는 차이일 뿐이다. 2013년 8월 이후 KOSPI가 글로벌 악재들을 딛고 전진하자 2004~2007년의 PER Re-rating 국면을 되돌아보자는 시각이 늘고 있다.

물론 유사성도 찾을 수 있다. 2004년 상반기 China Shock를 뒤로 하고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처럼 2013년 여름 이후 유럽과 중국의 제조업 PMI지수가 반등하자 ‘유럽 경기 회복→중국 수출 증가→한국 경기개선’이라는 연결고리로 KOSPI가 상승했다.

하지만 2004년 PER Re-rating국면과 현 시기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2004년 하반기에서 2007년 성장의 Market Driver는 중국이었다. 그때는 미국의 소비시장이 이를 받아줄 힘이 있었다. 글로벌 교역량을 보면 1992년 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글로벌 교역량(yoy)평균은 5.8%다. 2004년에서 2007년까지의 글로벌 교역량 증가율은 평균인 5.8%를 상회한 반면 2011년 9월 이후에는 전부 평균을 밑돌고 있다. 또 2004~2007년까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두 자리 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은 이제 한자리 수다. 2000년대를 이끌었던 중국의 성장 견인력은 약화되었고, 아직 이를 대체해 줄 Market Driver는 출현하지 않았다.

안정성만으로 성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PER Re-rating 조건 중의 하나는 안정성임을 알고 있다. 2004년에서 2007년, Level-up된 이익의 안정화만으로도 PER 장세가 출현했던 것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하지만 안정성은 필요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다소 비약은 있지만 안정성만을 따진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안정적인 저성장 구조로 20년에 걸친 PER Re-rating 상승장이 됐어야 한다.

그냥 안전하다면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다. 투자의 이유는 자신이 무언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경제에 있어서는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필요하다. 단순한 안정감은 PER 정상화의 조건은 될 수 있지만 PER재평가를 가져오기 힘들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 한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직은 힘들다. 한국의 GDP 구성 추이를 보면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은 아직 평균 수치로의 회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수출 증가율 역시 아직 평균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은 글로벌 경기에 종속되어 있고, 교역량이 증가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은 자신들의 이익에 더 몰두하고 있고, EM 국가들은 아직 글로벌 소비를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004년에는 중국이라는 성장엔진이 있었고 한국 경제도 이를 반영하는 산업과 기업이 있었다. PER 재평가의 실체다. 하지만 2014년은 아직 이러한 성장 촉진제가 눈에 띄지 않는다.

▲ [그림1] 한국 제조업 대기업 성장과 고용 자료: SERI,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외부가 아닌 내부로 시선을 돌려보자. 한국 내수, 한마디로 소비가 성장을 이끌 가능성은 희박하다. 1980년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크게 세 가지다. 대기업들이 제조업을 통해 성장하고, 대기업의 고용으로 국내 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증가하고, 여기에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이 힘을 보탠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무엇보다 대기업(제조업)은 더 성장했지만 고용 증가에는 더 이상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현지화 전략은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켰다. 그 결과 대기업의 해외생산비중은 2007년 두 자릿수로 진입한 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더욱이 가계의 자산 중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75.1%까지 상승했다. 이는 미국의 31.5%에 비해서 2.5배에 달하는 수치로 미국 국민의 소득이 소비로 연결되는 반면 한국의 소득은 그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문제는 개인부채가 많다는 것도 있지만 그 부채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데 있다. 부동산과 관련된 한국의 부채 비중은 57%에 달한다. 즉 고용은 어려워지고 부동산에 묶여서 소비도 투자도 못하는 사이 한국의 소비주체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신중한 입장보다 시장의 기대는 앞서 있다. 정상화가 아닌 PER Re-rating 장세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낙관이 이에 해당한다. 주가는 펀더멘탈에 앞서 가고 있고 악재는 잘 반영되지 않는다면 굳이 신중한 스탠스를 취할 이유는 없다는 강세론이다. 아직은 강한 외국인 수급은 이러한 낙관론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물론 수급도 중요하다. 한국의 경기와 실적이 더딘 회복을 보여도 주식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면 PER은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결과론적인 수급 상황만 쫓아가는 것은 숲만 보고 나무를 간과하는 누를 범할 수 있다. 당장의 수급이 아닌 시중 자금의 주식시장 지속 유입 여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수급의 중심은 외국인이 아닌 국내(기관 및 가계)라는 점을 잊지 말자. 2005년 PER Re-rating 장세의 배경도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국내 수급이 주식형 펀드 및 변액 보험으로 유입되면서 한 해 동안 54% 상승했던 것이다.

국내 수급이 개선되려면 중산층의 소득이 상승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충분하다. 표면적으로 보면 2005년과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일반 투자자들이 실제 투자할 여력이 있는가? 아마 대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 부동산 가격은 올라오고 있지만 전세가격 상승이 부담스럽다. 전세가격의 상승은 매매가격의 상승보다 오히려 더 큰 악영향을 준다.
2005년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중산층의 소득도 개선되었다. 지금은 다르다. 부동산 가격은 올라오고 있지만 전세가격 상승이 부담스럽다. 전세가격의 상승은 매매가격의 상승보다 오히려 더 큰 악영향을 준다. 전세가 상승으로 인해 돈이 묶인 사람이 투입할 자금(비용)이 늘어날 뿐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변동 금리에 기반한 구조다. 만약 글로벌 금리가 상승 기조가 뚜렷해지면 부채를 줄인 국가에 비해 더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기대할 것은 근로소득의 상승이고,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기업의 투자 증가다. 단순히 유동성이 풀려 있다가 아니라 기업의 행동에서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기업의 투자 가속 구간은 아니다.

투자의 잣대는 실질금리
투자가 늘어나야 PER이 올라가는 구조라면 투자의 잣대는 실질금리다. 먼저 위기의 진원지였고 글로벌 경기의 선도시장인 미국을 보자.

위기 이후 민간의 자생적 정상화 논리는 해마다 반복되었지만 기업들의 선택은 투자가 아닌 현금이었다. 총자산대비 현금비중은 1.11%(2009년 저점 0.4%, 80년 이후 평균 1.14%)까지 높아져 있다. 실질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돈은 풀려 있지만 돈이 돌지 않는다.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더 나아지거나 차입비용의 상승이전에 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다. 경기 전망이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2014년 내에 미국의 통화 정책스탠스는 변화할 것이다. 이제 미국의 기업들은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기 전에 더 높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빨리 움켜진 현금을 신속하게 풀거나, 투자재원을 위한 차입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실질 금리의 상승 속도다. [그림2]을 보자. 실질금리의 변곡점에 앞서 미국의 자본재 수주의 전환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시차는 7~13개월로 평균 10개월 실질금리가 투자에 선행한 것이다. 이후 실질 금리 전망도 가파른 상승 확률은 희박하다. 우리는 미국 분기평균 실질금리로 2013년 4분기부터 ‘1.07%→0.93%→1.13%→1.26%→1.34%’를 전망한다. CPI는 내년 1분기에서 3분기까지 1.5%를, 4분기에 1.8%로 소폭 상승을 가정한 것이다. 현 시점의 전망치를 전제하면 2014년 상반기에 실질금리가 정체될 것이고 하반기에 가야 상승할 수 있다.

실질금리가 빠르게 올라서는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의 출구전략 논의가 빨라지는 경우다. 연준에 맞설 이유는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Tapering과 함께 Tightening에 대한 논의가 조기 점화한다면 금리는 시장 기대와 다른 경로로 전개될 것이다. 이 경우 당연히 정책 전환의 노이즈 국면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길게 보면 채권보다 주식 선호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 [그림2] 긍정적 영향이 재개되는 시나리오는 상반기가 아닌 하반기자료: Bloomberg,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실질 금리 상승은 테이퍼링 실시 시기와 연동될 것이다. 당장은 테이퍼링 연기를 유동성 랠리의 연장신호로 환영하고 있다. 2014년 2월까지 테이퍼링 실시가 쉽지 않다면 일단 주가가 더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링거를 맞으며 달리기를 이어간다는 의미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12월에도 난항을 겪든 무슨 다른 이유에서든 Fed의 테이퍼링 시기가 계속 지체되는 것을 좋게만 볼 수 는 없다. 무엇보다 테이퍼링 연기는 미국 경기 개선 흐름이 둔화된다는 의미다. 나아가 경기 개선에도 시장 외적 이유로 테이퍼링이 늦춰진다면 그것도 고민스럽다. 외적 요인만 정리되면 테이퍼링의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더 크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2013년 3분기 이후 여러 불안에도 글로벌 증시가 올라선 것은 바로 금리에 있다. 투자자들이 금리 변화에서 경기순환을 읽어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채 10년 금리는 테이퍼링 연기되었지만 여전히 5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고 채권 시장은 정점을 친 것이다.

금리는 자기자본의 기회비용이다. 투자자금이 자기자본이든 타인자본이든 금리는 투자를 결정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준인 것이다. 금리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으면 당연히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금리가 올라서도 투자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통화정책 및 경기정상화 베팅이 나올 때 금리가 더 올라서고 PER 상승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 발생 이후 5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끝내기 힘든 상황이다. PER 상단을 크게 열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설비투자 사이클은 동행
[그림3]을 보자. IMF 위기라는 예외적인 구간을 제외하면 미국과 한국의 투자사이클은 시차가 크지 않다. 다만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투자사이클로 보면 이제 바닥은 일단 지난 것은 아니냐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실질금리가 움직이자 글로벌 증시에서 시크리컬(cyclical) 업종이 부활하고 있다.

한국서도 시크리컬 업종들이 바닥을 치고 크게 올라섰다. 조선은 유럽경기를, 화학은 중국 경기를 모멘텀으로 이유로 들지만 어느 기업도 3분기 실적 시즌에서 주가 상승을 정당화해 주지 못했다. 여전히 부채의 덫이 보이고 수요 성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서간 KOSPI를 설명하기 위해 ‘주가=PERxEPS’에서 ‘EPS 성장’보다 ‘PER 상승’논리가 확산되고 있다. 펀더멘탈에는 아직 의구심이 들지만 일단 시크리컬 업종이 되어야만 한다는 당위론이 부상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시크리컬 업종의 부상에서 2005~2007년의 PER 재평가 장세를 떠올리고 있다.

▲ [그림3] 미국과 한국의 설비투자증가율자료: Bloomberg,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주가 상승을 전제하면 우리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경기 방향성에 대한 베팅이 그나마 대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PER 정상화냐, Re-rating이냐에 따라 시장 대응의 폭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PER 정상화와 재평가의 차이는 Level에 있다.
[그림4]의 GDP대비 기업이익비중과 PER(S&P CAPE 기준)보자. GDP대비 미국의 기업이익은 2013년 2분기 기준 11%로 역사상 최고치인 반면 PER은 22.5배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못 미친다. 이유는 뭘까. PER의 방향과 수준은 기업이익에만 종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익 비중이 줄어드는 구간에서도 투자비중이 늘어나면 PER은 올라간다. 나아가 투자비중이 높아지는 구간에서는 실질금리도 상승한다. 결국 실질금리 상승은 투자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PER 상승으로 표출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실질금리를 투자의 잣대로 보는 근거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PER상승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비중이 증가하기 전에 먼저 실질 금리가 움직일 것이다. 실질금리는 움직이고 있고 투자 사이클도 소폭 개선세다. 하지만 그 강도가 세지 않다. 실질 금리의 상승 속도가 완만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상승세가 좀 더 빨라진다. 연간으로 놓고 보면 상반기에 PER 정상화 이상으로 전진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기대의 구간은 하반기인 것이다.

▲ [그림4] 여전히 몸사리는 기업들, 높은 현금비중 & 추세 밑에 있는 투자선자료: FR B, Bloomberg,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이제 2014년 KOSPI에 답변할 차례다. ‘EPS성장이 아닌 PER정상화로 인한 상승’, 우리가 보는 2014년의 결론이다. ‘주가=EPSxPER’의 공식에서 주가 상승은 PER이 확장되거나 EPS 성장이 뒤따를 때 가능하다. 2014년 EPS 성장을 기대하지 않는다. 1990년 이후 이익 level-up은 항상 매출 고성장 이후에나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2014년 컨센서스는 가파른 이익성장(19%)을 전제하지만 매출은 기저성장(4.5%)에 불과하다. 둘 중의 하나가 빗나간다면 매출보다 이익일 확률이 높다.

이익률(OPM)과 PER이 항상 같은 그래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익률이 하락해도 투자/이익 비중이 높아지면 PER은 상승한다. 2014년 우리는 이와 같은 PER 복원을 전망한다. 2014년의 투자가 글로벌 성장기였던 2000년대와는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자. 현 시기는 투자의 복원이지 2000년대와 같은 가속 구간은 아닌 것이다. PER 역시 재평가가 아닌 정상화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를 벗어났지만 시스템의 변화는 감당해야 한다. 특히 일부 대기업으로의 이익 쏠림(현금)현상은 경기바닥 인식에도 투자 재개가 더디게 진행됨을 의미한다. 중국의 역동성도 이전과 같지 않다. 이제 과속도 침체도 아닌 내부의 구조 변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생산하고 중국도 소비한다면 불균형의 확대가 쉽지 않다. 글로벌 교역량의 더딘 회복속도는 이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PER이 할인율 축소에 머무를 것으로 보는 이유다.

▲ 무엇보다 대기업(제조업)은 더 성장했지만 고용 증가에는 더 이상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경제5단체장 간담회.
2014년 KOSPI Target은 2260포인트다. 1990년 이후 상대가치 모형에 의거 EM대비 평균 수준 회복은 2145포인트, DM대비 평균 수준 회복은 2345포인트. KOSPI가 EM과 DM의 중간영역임을 감안하여 두 시장간 할인율 평균을 대입하면 KOSPI 상단 목표치는 2245포인트 수준(9.6배 수준)이다.

가파른 성장이 아니라 안정화
현재 Quantwise기준 KOSPI의 2013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대비 10.2% 증가한 134조원이다. 2014년은 160조(YoY+19%), 2015년은 175조원(YoY 10%)을 예상하고 있다. 2012년 -5%의 역성장을 보였기 때문에 2013년을 전환점으로 2014년, 2015년까지 이익의 V자 반등이 컨센서스인 것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2년간 컨센서스와 실제치 간의 괴리도는 20%를 넘었듯이 강한 이익 성장을 전제한 2015년 컨센서스의 신뢰도는 다시 빗나갈 것이다.

매출액은 정체인데, 영업이익은 크게 성장한다는 컨센서스에 의구심이 든다. 2016년까지 매출액 성장률이 평균 -1%에 불과하다. 왜 이런 컨센서스가 형성되는 것일까? 결과를 정해놓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2015년 영업이익의 level-up(사상 최대 경신)을 전제할 때 매출액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음에 따라 영업이익률 상승을 과대 가정한 것이다. KOSPI의 영업이익률 컨센서스는 단계적으로 상승하여 2016년에는 9%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2014~2016년 평균 영업이익은 166.8조원으로 2010~2012년 평균 115.7조원 대비 44%의 Level-up이 컨센서스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러한 Earnings Level-up을 근거로 2014년 KOSPI의 추세적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매출성장 없는 이익 level-up은 과거 경험에 토대로 보면 실현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Earnings Level-up은 가파른 매출증가 이후에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KOSPI의 영업이익이 레벨업 구간을 크게 세 구간(1994~1997년, 2004~2007년, 2010~2012년)으로 나누어 보자. 세 구간의 평균 매출성장률은 20.5%였고, Earnings Level-up의 초기 구간 매출성장률은 각각 24%, 17%, 30%에 달했다. ([그림5]의 a, b, c)

2014년 매출액 성장률 컨센서스는 4.5%에 불과하다. 가파른 고성장이라기보다 기저효과의 복원수준인 것이다. 주가가 더 올라서더라도 그 모멘텀이 Earnings Level-up이 될 수는 없다.

▲ [그림5] 이익레벨업은 매출고성장 이후에나 가능한 시나리오자료: Bloomberg, Datastrea m,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Top line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이익은 성장인데, 매출은 정체’라는 컨센서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110%에 달한다. 외부환경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매출성장과 영업이익률의 Key Driver는 글로벌 교역증가율인 것이다. 글로벌 교역량의 성장 없이는 국내기업들의 매출성장도, 이익률의 가파른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IMF의 글로벌 교역량증가율 전망치는 2013~2018년 평균 6%다. 2000년대 8.2%나 1990년대 7%보다 둔화된 수준이다.

앞에서 우리는 상당기간 글로벌 교역량이 급격하게 개선되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00년대 고성장기의 영업이익률 수준을 산정한 현재의 컨센서스는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익률의 장기 평균수준인 6% 중반을 가정하는 것이 2014년 이익을 바라볼 때 합리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3년간 영업이익 증가율은 4% 수준, 영업이익은 160조원이 아닌 126조원 수준에 눈높이가 맞춰진다. 2014년 영업이익성장은 컨센서스인 20%대비 상당히 둔화된 4.3% 수준이 적절하다. 2014년의 초점은 이익성장이 아닌 이익안정화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EPS성장이 제한되고 이익률이 낮아진다면 KOSPI는 하락할까? 또한 PER은 둔화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이익률이 둔화된다 하더라도 PER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익률이 안정화되어도 PER이 상승되는 구간이 출현했다. 그 답은 투자에 있다.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투자이고, 투자의 잣대는 실질금리다. 앞서 우리는 실질금리 상승은 미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의 수출품 중 중간재 비중이 53.7%로 높아 최종 소비국인 미국의 경기에 따라 수출, 생산, 투자의 변동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종 소비국의 변화에 민감한 만큼 국내 기업들은 후행적으로 생산과 투자를 반복해왔으며 실제 2000년 이전 미국과 한국의 투자사이클이 대략 1년 반의 시차가 발생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국내 기업들의 수출비중이 높아지고 기술발전으로 인한 리드타임 축소 등으로 미국과의 투자사이클의 시차가 좁혀졌다. 미국의 투자집행은 곧 국내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그 시기는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일 가능성이 높다.

2013년 연말에서 2014년 상반기로 연결되는 강세장 전망이 다수 의견이다. 시크리컬(cyclical)업종이 힘을 얻자 투자사이클 도래에 대한 기대가 높다. 길게 보면 길은 여기에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기(출하-재고지표)에 대한 좀 더 자신감이 생겨야 투자를 늘려간다. 물론 경기 저점은 지나갔다. KOSPI는 경기에 앞서 상승했지만 출하-재고 비율이나 제조업가동률은 여전히 하락세다. 기업들이 바로 투자를 늘리기보다 경기를 좀 더 지켜본 이후 의사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당장 연말연초 투자가 확대되고, PER이 더 올라서는 그림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투자가능성
한국의 투자 확대가 더딘 이유는 다른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실제 경기는 회복세가 뚜렷함에도 기업들의 투자의사 결정은 신중하다. 금융위기 이후 반복적인 시스템 위기 부각에 따른 후유증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불거진 ‘경제민주화’ 바람이 대기업집단의 투자의지를 훼손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분명한 것은 경기가 바닥을 확인했지만 투자 재개가 더디다는 것 그 자체다.

하반기에 투자가 재개될 수 있다고 보지만 실상은 그것도 쉽지 않다. 기업들은 투자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돈의 흐름이 일부 거대 기업에 너무 편중되어 있다.

2012년 기준 국내 제조업의 현금비중(자산대비)은 6%로 역사적 최고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유무형 자산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현금풀기에는 인색하다. 특히 대부분의 현금이 현대차와 삼성전자로 쏠리면서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금융위기 이전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현금비중이 전체 제조업에서 7.8%에 불과했으나 2012년 기준 20%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KOSPI 전체 현금비중은 늘어났으나 여타 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은 열악해졌음을 시사한다.

단적으로 국내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지급하기 어려운 기업의 비중이 2010년 22%에서 2012년 32%로 급증하고 있다. 이는 현 국면이 경기의 바닥권 인식을 인정하더라도 투자재개나 강도가 더디게 진행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그림6] 국내기업의 쏠림현상, ‘돈’은 많아졌지만 ‘돈’을 쓸 수 있는 기업은 더 줄었다자료: Qua ntwise,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중국이 투자의 물꼬를 열어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고객으로 바뀌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2013년 여름 이후 KOSPI상승의 배경도 유럽에서 중국으로 연결되는 수요모멘텀에 기반한 것이었다. 하지만 투자 사이클은 다르다. 2000년대의 Market Driver인 중국의 선택은 투자보다 개혁이다. 중국의 구조개혁은 한국의 설비투자 강도를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다.

2000년 이후 한국의 높은 설비투자 증가율과 금융위기 이후 가파른 투자회복은 중국의 투자비중 확대에 기인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중국의 투자비중이 점차 하락하고 공급과잉 해소로 정책이 전환된 것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2010년 80.3%에서 2012년 78.1%, 올해 상반기 기준 76.3%까지 내려온 것은 이를 반증하는 데이터라 할 수 있다.

설비투자 부진 산업 대부분은 중국과 연관도가 높은 설비과잉 산업이었다. 길게 보면 구조 조정 이후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중국의 향후 투자 계획을 보면 과잉 생산을 제한하는 동시에 환경과 효율을 높이는 투자가 핵심이다. 기존 설비투자의 증가는 제한적이고 회복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2014년의 글로벌 경제를 Crash나 고성장 국면으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의 과잉투자를 가정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KOSPI PER이 DM과 EM대비 1990년 이후 평균 수준으로의 할인율 축소를 정상화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1990년 이후 상대가치 모형에 의거 EM대비 평균 수준 회복은 2145포인트, DM대비 평균 수준 회복은 2,345포인트다. 한국은 EM과 DM의 중간영역임을 감안해 두 시장간 할인율의 평균을 대입하면 도출된 KOSPI는 2245포인트(9.6배 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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