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잃어버린 삶을 다시 찾다”…『미로美路, 길의 인문학』
상태바
“길에서 잃어버린 삶을 다시 찾다”…『미로美路, 길의 인문학』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11.03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 나오면 길이라는 말이 있듯 인간에게는 길처럼 평생의 동반자도 없다.

집에서 자고 길에서 걷는 인간은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 길을 만들어왔으며 땅 밑에도 하늘에도 길을 냈다. 출퇴근길도 길이지만 하늘을 나는 새의 길도 길이고, 지하수가 흐르는 길도 길이며, 카톡을 주고받는 비트의 길도 길이다.

그 길의 네트워크를 머릿속에서 한번 그려볼라치면 이 얽혀 있는 난마와도 같은 길이 카르마로 다가오기도 하고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해묵은 명제를 헤아리게 되기도 한다.

신간 『미로美路, 길의 인문학』(글항아리)은 토목공학 전문가인 김재성 동명기술공단 부사장이 지난해 초 땅 밑 공간의 확장이 어떻게 문명을 이끌었는가를 역사적으로 살핀 『문명과 지하공간』에 이어 ‘길’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역사 속 이야기와 사색을 펼쳐낸 책이다.

저자는 길의 시초를 생각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도서관의 역사를 탐험한다.

바벨의 도서관에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성 카타리나 수도원 도서관에 잠들어 있는 고대의 생각들을 깨우고 금서의 역사, 책을 불태운 인간들, 『장미의 이름』 속 이야기 등을 통해 ‘생각과 책과 도서관이 만들어내는 미로’ 속을 거닌다.

사유는 이어져 유년의 숲길에 해당하는 동화 속 길을 다루고 신화 속 미로의 세계를 엿보기도 한다.

 

낯선 곳을 향한 생명의 의지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현상을 길의 원동력으로 살핀 ‘낯선 길을 찾아서’에서는 모나코 나비의 여로, 빙하가 만든 피오르드, 생명에 깃든 정교한 길은 혈관과 신경망을 언급함으로써 길의 지평에 대한 상상력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길을 최대한 많이 찾아 보여주고자 한 시도다. 그리고 그 길이 왜 아름다운지 말하려고 한다.

길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무색해져버린 저 도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음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그 길을 다시 찾을 방법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