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경제사상의 뿌리 ‘이용후생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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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경제사상의 뿌리 ‘이용후생의 원칙’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6.11.02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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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학자들] 북학과 중상주의 경제학의 리더 박지원(朴趾源)③
▲ 박지원이 안의현감 시절 제작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물레방아를 기념하는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의 ‘연암 물레방아 공원’.

[조선의 경제학자들] 북학과 중상주의 경제학의 리더 박지원(朴趾源)③

[한정주=역사평론가] ‘산업과 경제를 잘 다스려 나라와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박지원 경제사상의 근본 줄기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산업과 경제를 잘 다스려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백성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상인데, 이를 위해 박지원은 사회경제체제의 개혁과 더불어 과학기술의 도입과 생산 도구 및 시설의 개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다.

특히 박지원은 당시 조선의 산업과 경제가 청나라와 비교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까닭은 오로지 조정 관료와 지식인들이 ‘학문할 줄 모르는 잘못’에 있다고 주장했다.

실학(實學), 곧 ‘이용후생의 학문’을 천시하는 폐단 때문에 나라 경제는 궁색해지고 백성의 삶은 누추하다는 것이다.

박지원이 압록강을 건너 청나라 땅에 들어섬과 동시에 조선 사람 중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청나라의 벽돌과 수레, 깨진 기와조각이나 똥 부스러기, 심지어 소 외양간이나 돼지우리를 눈여겨보고 예찬한 까닭은 모두 청나라 연행을 ‘이용후생의 학문과 방법’을 갈고 닦는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열하일기』의 첫 머리에 해당하는 ‘도강록’에 나오는 이용후생에 관한 견해는 곧 청나라 연행의 목적임과 동시에 박지원 경제사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사물이 고르고 단정하다. 한 가지 일이라도 구차스럽게 대충 꾸며 놓은 법이 없고, 하나의 물건이라도 허투루 어지럽혀 놓지 않았다. 심지어 소 외양간이나 돼지우리까지 모두 법도 있게 제 자리에 놓여 있고 나무 더미나 거름 무더기까지 유달리 깨끗하고 맵시가 있어 그 모양새가 마치 그린 듯하다.

아아, 이러한 다음에야 비로소 이용(利用)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용이 있은 다음에야 후생(厚生)이 될 것이요, 후생이 된 다음에야 올바른 다스림이 있을 것이다. 대체로 이용이 되지 않으면서 후생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무니 생활이 이미 제각기 넉넉하지 못하다면 어찌 그 마음을 바로 지닐 수 있겠는가.” 박지원, 『열하일기』 ‘도강록’ 중에서

그러나 이용후생을 위해서는 청나라의 선진 문명과 과학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박지원의 열망과는 다르게 당시 청나라를 드나든 조선의 관료와 지식인들은 대부분 오랑캐인 여진족의 미개한 풍속을 업신여기고 병자호란의 국치(國恥)를 씻는다는 북벌론의 명분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그들은 박지원과 북학파 학자들이 보고 온 청나라와는 전혀 다른 청나라를 보았을 뿐이다.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청나라에 다녀온 조선 지식인을 크게 세 가지 부류로 구분해 놓았다.

먼저 조선의 선비들 중 가장 학식이 높다는 사람들은 대개 ‘황제조차 머리를 깎은 오랑캐일 뿐이고, 오랑캐는 곧 짐승과 다름없는데 더 이상 무엇을 보고 논한단 말인가?’라고 하면서 청나라를 볼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미개한 야만족의 나라로 업신여기고 배척한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10만의 군사만 얻을 수 있다면 산해관으로 쳐들어가 오랑캐인 청나라를 중원에서 몰아낸 다음에야 비로소 중국을 논할 수 있다’고 하면서 청나라에서 북벌의 의지만을 다지고 돌아온다.

박지원은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나라와 백성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다.

오히려 그는 “천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진실로 백성에게 이롭고 나라에 도움이 된다면 그 법과 제도가 비록 오랑캐에게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거두어서 본받아 배우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박지원은 산업과 경제를 잘 다스려 나라와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이용후생의 원칙을 자신의 경제사상의 뿌리로 삼아 북학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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