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사상적 동지’ 이지함과 이이…16세기 경세지학의 양대 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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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사상적 동지’ 이지함과 이이…16세기 경세지학의 양대 거두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6.09.28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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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학자들] 사대부출신 대상인(大商人) 토정(土亭) 이지함(李之函)②
▲ 토정 이지함(왼쪽)과 율곡 이이의 영정.

[조선의 경제학자들] 사대부출신 대상인(大商人) 토정(土亭) 이지함(李之函)②

[한정주=역사평론가] 이지함은 목은 이색의 7대손으로 조선사 최초의 양반 사대부 출신 상인이었지만 또한 임진왜란 이전 16세기 조선을 대표할만한 대학자이자 경세 사상가이기도 했다.

이 시대에는 대학자들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화담 서경덕(1489~1546년), 퇴계 이황(1501~1570년), 남명 조식(1501~1572년), 율곡 이이(1536~1584년)가 모두 이때 활동했다.

토정 이지함(1522~1578년)의 행적과 연보를 살펴보면 그가 퇴계 이황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서경덕은 이지함이 23세 되던 때 학문을 배운 스승이었다. 그는 주자성리학의 세계를 벗어난 유학자로 부국안민(富國安民)을 중시하는 이지함의 경세지학(經世之學)에 사상적 밑거름을 놓아주었다.

▲ 화담 서경덕(왼쪽)과 남명 조식의 영정.

조식은 이지함이 남방(南方)을 유람할 때 만났다는 기록이 허목의 ‘미수기언’에 남아 전해지고 있다. 이때 조식은 이지함에게 “일찍부터 자네의 풍골(風骨)을 들어서 잘 알고 있네”라고 하면서 높이 칭찬하고 극진히 대접했다고 한다.

조식과 이지함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산림처사의 삶을 살면서도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자신의 뜻과 포부를 펼쳤다는 기질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교분을 나눌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훗날 사헌부 대사헌 이명관은 이지함의 ‘시장(諡狀)’에서 “토정 이지함의 뜻은 화담 서경덕의 고명한 조예(造詣)와 남명 조식의 확고한 입지(立志)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지함이 부국안민을 위한 경세지학을 함께 나눈 사상적 동지를 꼽는다면 단연 율곡 이이였다고 할 수 있다. 이지함이 이이와 교분을 나누기 시작한 시기는 그의 나이 35세 이전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니 이이의 나이 21세 때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평생토록 사상적 동지 관계를 유지했다.

이이는 34세 때 지은 ‘시무구사(時務九事)’를 시작으로 ‘동호문답(東湖問答·34세)’ ‘만언봉사(萬言封事·39세)’ ‘걸변통폐법답(乞變通弊法答·46세)’ ‘만언소(萬言疏·47세)’와 마지막 ‘상소(48세)’에 이르기까지 무려 15년에 걸쳐 줄기차게 조선의 정치·경제·국방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창했다.

당시 이이가 올린 상소문의 기본 사상은 ‘안민지책(安民之策)’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이이는 ‘백성을 위해 이로움을 일으키고 해로움을 없애 민생(民生)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정치·경제·국방 개혁의 신조로 삼았다.

이때 이이는 재용(財用)의 생산을 통한 안민(安民)이 나라의 최고 과제라면서 훌륭한 정치란 백성이 힘을 제대로 펼 수 있게 해 생산의 길을 열어주고 백성의 삶을 부유하게 해 선량한 마음을 보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이의 ‘안민지책’은 이지함이 주장한 ‘부국안민’과 사상적 맥락을 함께 했다. 즉 그의 사상은 백성들의 생활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조선의 정치·국방 체제와 경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이지함과 이이 두 사람은 누구보다도 앞서 16세기 조선을 ‘부국안민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경세지학(經世之學)을 펼친 대학자이자 사상가였다.

그리고 이지함은 ‘상공업을 발전시켜 농업을 보완해야 한다’는 본말상보론(本末相補論)과 ‘자원 경영·인재 경영·공동체 경영의 세 가지 정책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3대부고론(三大府庫論)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경세지학을 세상에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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