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풍경과 맘 따순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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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풍경과 맘 따순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9.06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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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묵고 가. 끼니 땐디 기냥 가문 안 되제. 찬은 밸 것이 없제만 한술 흐고가랑께.”

생전 처음 보는 길손을 집 안으로 불러들여 밥상 앞에 앉히고 숟가락을 쥐어주는 인정의 손이 있다. 가을이면 단감을 깎고 홍시 껍질을 벗겨주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호박한 덩이, 밤 몇 톨이라도 챙겨줘야 직성이 풀리는 손이다.

굽은 등을 이끌고 가던 길을 돌아와 이웃의 손님에게 한 끼 먹을 찬을 건네주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을 보니 그저 좋다며 지나는 여행자를 반긴다. 친구나 이웃, 타지에서 온 낯선 손님을 가리지 않고 인정과 음식을 함께 나눈다.

타인에 대한 경계가 생활의 지혜고, 타인에 대한 거리 유지가 세련된 예의이며, 타인의 배고픔이 알은체해서는 안 되는 프라이버시인 도시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풍경이다.

신간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행성B잎새)은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특별한 전라도 안내서다.

땅과 바다를 터전으로 소박한 삶을 일구어온 사람들의 생활, 그들의 정서와 문화를 대변하는 구수한 사투리, 보는 것만으로 침샘을 자극하지만 함께 나누어 더욱 맛깔스런 음식, 도시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푸진 인정과 인심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월간 ‘전라도닷컴’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저자가 전라도 골골샅샅을 밟으며 꾸밀 줄 모르는 그 촌스러운 민낯과 속살을 있는 그대로 책에 담았다.

산, 들, 강, 바다, 갯벌, 풀, 꽃, 나무숲에서부터 올망졸망 오일장, 굽이굽이 돌담길, 흥으로 정으로 어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전라도가 탯자리요 삶터인 사람만이 느끼는 슬픔과 연민, 분노와 격정, 존경과 감사 같은 미묘한 감정의 기복까지 구수한 사투리 가락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수수함, 한결같음, 웅숭깊음, 검소함, 투박함, 인정미와 같은 ‘촌스러움’이야말로 메마른 삶에 사람의 온기를 되찾아주는 미덕”이라면서 “지금 우리에게 몹시 절실한 그 뭔가가 여기 애잔하고 촌스러운 풍경과 사람살이에 있지는 않는지 눈 밝고 맘 따순 독자들에게 서둘러 호소하고 싶어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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