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인물로 만나는 세계사…『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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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인물로 만나는 세계사…『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8.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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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의 화폐에는 역경을 도전의 기회로 삼고 생명·자유·평화·행복의 새로운 미래 사회를 위해 시대를 변혁시킨 영웅들의 초상화가 등장한다. 시대에 맞선 도전 정신을 후세대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게 정신적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특히 혁명이나 독립전쟁을 통해 근현대에 세워진 국가들은 종교·언어·민족성·이념 등으로 분단된 국민들을 통합하기 위해 상징적인 인물이나 이야기들이 화폐 도안에 사용됐다.

여기에는 군인뿐 아니라 정치가·교육가·예술인·과학자도 있고 여성·흑인·원주민·피지배계층민도 시대의 도전자로 화폐를 장식한다.

그렇다면 유럽연합의 공식 통화 단위가 된 유로에는 어떤 영웅들의 초상화가 실렸을까?

유로 지폐는 모두 7장이다. 회원국별로 나눌 수가 없게 되자 유럽연합은 동질성을 건축에서 찾았다. 유럽의 한 시기에 대표적이었던 건축 스타일이 단계별로 가상의 건물로 소개돼 있는 것이다.

전쟁사의 부침이 컸던 유럽을 하나로 통합하는 상징으로 건축 문화를 내세운 점은 매우 신선하다.

신간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헤이북스)는 나라별 화폐 인물을 통해 차별·탄압·폭정·침략·독재에 맞서 역경을 도전의 기회로 삼아 시대를 변혁시킨 영웅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세상 모든 나라들의 화폐에 그려진 인물들 가운데 시대를 변혁시킨 도전자 14개국 52명만이 선별돼 소개된다.

근대 최고의 사건이라 할 최강대국 미국의 탄생부터 열강 제국들에 맞선 중남미 아메리카와 아시아 식민지 국가들의 항쟁,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독립을 쟁취하고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신생국들의 분투까지 소개된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근현대에 탄생한 국가들의 건국 영웅들이 대부분이었고 통사의 관점에서 국제 정세를 따라가다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받는 관계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근현대 세계사의 세 가지 키워드인 제국주의, 민족 문제, 종교 분쟁이라는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좇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화폐의 이야기는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초대 대통령을 국부로 추앙하며 최고액권의 주인공으로 삼은데 반해 이승만은 3.15 부정선거로 하야와 망명으로 국부의 지위를 잃었고 당시 한국의 화폐에서도 그의 초상화가 지워졌다.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는 긴급통화조치를 통해 새 은행권을 발행하며 남대문, 독립문, 해금강 총석정, 첨성대 등으로 도안을 했고 1970년대 들어서며 지금의 화폐처럼 조선 시대 인물들의 초상화가 실리기 시작했다.

일제 식민지에서 독립을 위해 투쟁한 영웅들, 한국전쟁에서 수많은 생명과 평화를 지켜낸 영웅들, 독재정권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찾은 영웅들 가운데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지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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