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보다 경제적 불평등이 더 큰 해악”…『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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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보다 경제적 불평등이 더 큰 해악”…『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6.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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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세먼지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디젤 자동차가 뭇매를 맞았다. ‘미세먼지의 주범은 디젤 자동차의 배기가스’라는 등식에 따라 환경부는 디젤유 인상을 통해 디젤 자동차를 줄이겠다는 정책을 검토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렇다면 가솔린 자동차의 배기가스는 문제가 없는 걸까. 독일의 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가솔린 직분사 엔진(GDI)은 디젤보다 분진(PM)을 더 내뿜는다. 특히 오래된 가솔린 자동차의 매연은 디젤 자동차 못지않다.

문명의 이기 중 으뜸이라는 자동차가 이제 인간의 숨통을 조이는 해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단 미세먼지뿐만 아니다. 막대한 도로건설비용을 비롯해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에 자연파괴까지 더하면 자동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한다.

신간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사월의책)은 시장경제 밖의 일로 치부돼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자동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과 그로 인한 시장경제의 불평등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경제학계의 거장인 저자 우자와 히로우미는 1970년대 도쿄를 기준으로 자동차 1대당 사회적 비용은 1200만엔(연간 200만 엔)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위해 자동차 산업을 지렛대로 삼고자 한 정부의 입장과 투자 대비 효율만으로 경제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오랜 사고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러한 엄청난 비용은 지금까지 무시돼 왔다.

또한 자동차 소비세를 낮추고 도로 건설에 국가 재정을 쏟아부어 자동차 소유를 부추기는 것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이 같은 자동차로 인한 폐해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이 문제다.

저자는 개인의 경제능력에 따라 피해를 회피하는 데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는 노약자와 어린이는 물론 주거지를 옮길 능력이 없는 경제 약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맑은 공기, 편리한 공공교통, 쾌적한 주거환경 등 모두가 누리던 사회적 공통자본은 점점 고갈되는 반면 경제적 약자는 의료비, 교통비 등 더 많은 비용을 안게 되어 점점 더 빈곤해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동차가 빚어낸 이런 결과들을 단순한 관찰이나 편향된 경험만으로 보고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오랜 시간 가다듬은 경제학적 통찰이 숨어있다. 그것은 신고전파의 주류경제학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른바 근대경제학이라고 일컫는 신고전파 이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즉 신고전파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일반균형이론’이라는 모델이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나 생산수단의 탄력성(가소성) 등 여러 허구적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반균형이론은 생산수단을 사유한 개인들이 시장가격으로 평가되는 보상을 얻기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하므로 완전경쟁상황이 이루어지면 수요와 공급은 균형가격에서 최적의 일치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그러나 우자와 교수는 개인은 문화와 제도적 영향에 따라 결코 합리적이지 않으며 생산수단은 아무런 비용 없이 언제든 전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일반균형 상태에서 분배 또한 최적에 도달하리라는 기대 역시 근거가 없고, 오히려 생산수단(능력)의 편향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를 결과로 얻게 된다고 반박한다.

저자는 평등주의적 시장경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통자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여기서 공공 투자에 의한 최저소득보장이라는 케인스주의적 소득재분배론의 한계도 아울러 지적한다.

마이너스 소득세 같은 세제 정책으로 가난한 사람의 최저소득을 아무리 보장한다 해도, 그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사회적 공통자본과 같은 필수적인 희소자원에 쓸 것이기 때문에 선택적 소비를 할 수 있는 부유층에 비해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후적 처방보다는 사회적 공통자본의 혜택을 사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분배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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