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농주의 경제학의 대부 유형원…②“토지 개혁만이 부국강병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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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농주의 경제학의 대부 유형원…②“토지 개혁만이 부국강병 지름길”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6.06.15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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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학자들] 남인 실학파와 중농주의 경제학파의 토대 개척한 대 사상가
▲ 단원 김홍도의 ‘논갈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의 경제학자들] 남인 실학파와 중농주의 경제학파의 토대 개척한 대 사상가

[한정주=역사평론가] 유형원은 김육(관련기사 조선 최고 관료 경제 이론가 김육 http://www.iheadlin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250)과 동시대를 산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육이 사망한 시기를 전후해 유형원은 조선 사회의 개혁 프로젝트와 미래를 전망한 『반계수록』의 저술을 시작하고 있었다.

양대 전란을 치른 17세기 중반 조선 사회는 ‘격동의 시대’ 그 자체였다. 이앙법, 견종법 등 새로운 농법과 농사 기술의 발전은 단위당 토지 수확량을 증가시키고 버려진 농지나 황무지에 대한 경작과 개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상업적 농업 경영을 통해 부를 축적하게 되면서 농촌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되었다.

이러한 농촌 사회의 변화는 광작(廣作)과 대토지 소유 현상을 불러왔는데, 이로 인해 양반 지주 계층은 토지를 대규모로 소유한 반면 농민 계층은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실제 경작자인 농민들이 토지로부터 쫓겨나 양반 지주 계층의 소유인 토지를 빌려 다시 농사를 짓는 지주-소작제 혹은 지주-전호제는 농민들의 안정된 삶과 생활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군역(軍役)과 부세(賦稅) 또한 악화시키는 폐단을 낳았다.

더욱이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 중 살 곳을 찾지 못해 유랑민이나 도적떼가 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아 커다란 사회 불안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김육은 ‘대동법’을 제창했다. 조정의 관료였던 만큼 그는 조세수취체제를 개혁하는 실현 가능한 방안을 내놓았던 셈이다.

반면 재야 지식인의 삶을 산 유형원은 더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그는 모든 사회경제적 위기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토지 소유 문제를 정면에서 거론했다. 토지의 소유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어떤 사회개혁안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유형원은 토지 소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백성의 산업을 영원히 안정시킬 수 없고, 군역과 부세를 공평하게 할 수 없고, 호구와 백성의 숫자를 명확하게 할 수 없고, 군사를 정비할 수 없고, 분쟁과 갈등을 막을 수 없고, 형벌을 줄일 수 없고, 뇌물을 막을 수 없고, 풍속을 결코 다스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형원은 사회경제적 위기의 해결과 더 나아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루는 길은 오로지 ‘토지 문제’를 해결하느냐 혹은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았다.

그가 전북 부안군 우반동에 거처한 이후 조선 사회의 개혁을 위해 저술한 『반계수록』 역시 ‘토지 개혁’을 다룬 ‘전제(田制)’가 절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에는 양반 지주 계층의 대토지 소유를 폐지함으로써 조선 사회를 총체적으로 개혁하고자 한 유형원의 의지와 열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모든 문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토지 개혁을 통해 ‘새로운 조선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반계수록』에는 토지제도 개혁(田制: 전제) 이외에도 재정 및 상공업 개혁(田制後錄: 전제후록), 교육 개혁(敎選制: 교선제), 관료제 개혁(職官制: 직관제), 녹봉제 개혁(祿制: 녹제), 국방 개혁(兵制: 병제), 지방체제 개혁(郡縣制: 군현제) 등 국가 개혁 방안과 미래 사회에 관한 총제적인 전망이 담겨 있다.

이곳에서 유형원은 토지 개혁을 통해 자신의 경작지를 소유한 자영농이 나라의 재정과 국방을 담당하는 부국강병한 조선의 미래를 그려 보였다.

토지 개혁으로 농민을 수탈하고 국가 재정을 좀먹는 양반 지주 계층을 근절시키고 자영농을 육성해 병농(兵農)을 일치시킨다면 백성의 삶과 나라의 정치는 안정되고 왜란과 호란과 같은 외침을 능히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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