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보다 명목임금 인상이 더 커 보이는 이유”…『화폐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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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임금보다 명목임금 인상이 더 커 보이는 이유”…『화폐착각』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5.2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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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연봉이 3만 달러이고 입사 첫해의 인플레이션은 0%였으며 2년 차에 연봉이 2% 인상됐다.

B는 연봉이 3만 달러이고 입사 첫해의 인플레이션은 4%였으며 2년 차에 연봉이 5% 인상됐다.

실질임금을 따진다면,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면 A의 임금이 B보다 더 높다. A가 받는 연봉의 구매력이 B의 연봉보다 더 높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따질 경우 누가 더 유리할까.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행동과학자 엘다 사피르, 경제학자 피터 다이아몬드의 설문결과 응답자의 71%는 A가 더 유리하다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질임금을 제대로 계산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두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 것 같은가라는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64%가 B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이들의 직장 만족도를 물었더니 2년 차에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올 경우 옮길 확률이 더 높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5%가 A라고 답했다.

이는 사람들이 실질임금보다 명목임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연봉의 실제 구매력과 연봉의 실질 인상을 보면 분명히 A가 더 높은데도 사람들은 A를 B보다 덜 행복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화폐의 명목 가치를 구매력으로 오해하는 현상을 화폐 착각(The Money Illusion)이라고 부른다.

이런 화폐 착각 때문에 연 1~2% 정도의 가벼운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용주들이 실질임금을 올려주지 않고도 명목임금을 약간 올려줌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자신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간 『화폐착각』(부글)은 달러를 비롯한 모든 화폐 단위의 가치가 항상 커졌다가 줄어졌다를 반복하지만 사람들은 그 같은 사실을 지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바로 화폐착각 때문이다.

‘1달러는 1달러’라는 생각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1프랑은 1프랑’이라는 생각과 모든 화폐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인 저자 어빙 피셔는 특히 “거의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 통화 앞에서 화폐착각을 더 쉽게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자국 화폐는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반면 다른 나라들의 화폐는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자국 통화의 등락보다 외국 화폐의 등락을 더 잘 보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를 때 사람들은 재화가 희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물가가 내려가면 재화가 넘쳐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생각을 뒷받침할 근거는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런 생각은 화폐 착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화폐 착각이 사람들로 하여금 시장의 화폐 측면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도 심각했던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은 거의 모두가 상대적이기도 하고 절대적이기도 했다. 화폐 흐름은 대단히 크게 변하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재화의 흐름, 특히 일인당 재화의 흐름은 비교적 작게 변한다. 언제나 느리고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저자는 경제적인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은 화폐 안정화라고 단언한다.

그는 “안정적인 화폐는 사회적 불공평과 불만, 비효율성을 완화시키고 착각에 휘둘리지 않고 사실들을 더 쉽게 직시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중요한 문제들을 푸는 데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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