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로 되돌아간 일본의 경제 불평등”…한국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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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로 되돌아간 일본의 경제 불평등”…한국의 미래는?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5.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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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한국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사회·문화적으로 많은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는 말은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를 뒤집으면 10~20년 간격을 두고 일본의 뒤를 밟고 있는 한국은, 특히 경제전망에 있어서는 다시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후세대의 은퇴에 이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로 접어들며 나타난 일본의 생산과 소비의 절벽은 현재 한국경제의 당면 현실이기도 하다.

또한 저출산에 절망했던 일본경제가 노인소비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은 향후 한국경제의 모습을 미리 보는 듯하다.

신간 『격차고정』(세종연구원)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일본의 사회계층을 분석한 책이다.

2005년 이후 현재까지 10년 동안 일본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구조가 어떻게 변화했고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데이터로 보여준다.

그 결과 이제 문제제기 수준인 금수저와 흙수저로 구분되는 한국의 새로운 계급사회가 이미 일본에서는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저자 미우라 아츠시는 지난 2005년 출간한 『하류사회』에서 현대사회는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사람’과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으로 양분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그로 인해 계층별 소비행동,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그의 예측은 놀라울 만큼 맞아떨어졌다.

미츠비시종합연구소가 매년 3만명을 대상으로 한 ‘생활자 시장예측시스템’ 조사결과와 응답자 중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류사회 10년 후 조사’ 결과를 분석한 저자는 일본의 1960년대 상황과 비슷한 결론을 손에 쥐어야 했다.

‘생활수준을 상·중·하로 구분할 때 당신은 어디에 속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13%는 ‘상’을, 36%는 ‘중’을, 43%는 ‘하’를, 7%는 ‘모른다’를 선택한 것이다. 중산층보다 빈곤층이 훨씬 많다는 결과다.

실제 일본에서는 점심은 400엔의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는 직장인들이 늘어났고 외출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여가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경차와 중고차의 판매가 급증하는 반면 수입 고급차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는 양분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언젠가 국산 중형차를 사겠다’는 꿈을 가지던 시대가 사라진 것이다.

금융자산 보유 실태를 보면 상위 9%가 전체 자산의 59%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금융자산이 300만엔(약 3000만원) 미만인 사람들은 인구의 49%에 달하지만 자산비율은 단 4%에 불과했다.

빈곤층의 계층상승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상류층의 계층하락은 두드러졌다. 계층을 상·중·하 3단계로 구분할 때 2005년 ‘하’에 속했던 71%는 10년 후에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지만 ‘상’이었던 사람 중 ‘중’ 이하로 하락한 사람은 43%에 달했다.

특히 35~49세 연령대만 놓고 보았을 때 빈곤층의 70%가 ‘일상생활만으로도 버겁다’고 답변한 데 비해 상류층은 단 6%만이 그렇게 답했다.

이 같은 계층 격차의 확대는 라이프스타일, 소비패턴, 정치성향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개인별 연소득에 따라 향유하는 교육의 질, 직업과 고용형태, 건강, 결혼, 주거 환경, 체력에까지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바꿔버린 일상은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의식주 곤란을 경험한 저소득층은 당연히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겨우 2.5%였지만 ‘어둡다’고 답변한 사람은 60%에 달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80%가 다음 세대는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대학생들은 부모의 소득이 줄어들어 학비지원을 받지 못하고, 값비싼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르바이트에 지쳐 학업이나 시험에 소홀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10년 전 젊은 세대의 의욕저하를 한탄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젊은이들의 의욕을 비롯한 정신적 측면은 그다지 하류화한 것 같지 않다”면서 “그러나 확실히 경제적 하류화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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