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경제학의 개척자 이중환…④ 조선 8도의 농업·상업 요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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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경제학의 개척자 이중환…④ 조선 8도의 농업·상업 요충지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6.04.2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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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학자들] 사회 양극화·지역 불균형 해법 제시
 

[조선의 경제학자들] 사회 양극화·지역 불균형 해법 제시

[한정주=역사평론가]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밝힌 농업경영에 유리한 토지의 조건은 오곡을 가꾸기에 알맞고 또한 목화를 가꾸기에도 알맞아야 한다.

그는 토지를 3등급으로 나누어 논에 볍씨 1말을 종자로 하여 60두를 거두는 곳이 가장 좋은 땅이고, 40~50두를 거두는 곳은 그 다음이고, 30두 이하를 거두는 곳은 농업을 경영해 생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이중환은 조선 8도 중 농업경영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요충지로 전라도의 남원과 구례 그리고 경상도의 성주와 진주 등을 꼽았다.

경상 좌도는 땅이 메말랐지만 우도는 기름지며, 전라 좌도의 지리산 주변은 땅이 기름진 반면 해안가 마을은 물이 없고 가뭄이 잦다.

경상 우도나 전라 좌도는 농사짓기에 적합하지만 경상 좌도나 전라도 해안가 마을에서는 농사만 지어서는 평생 가난을 면치 못한다는 분석이다.

충청도와 황해도는 땅이 기름진 곳과 메마른 곳이 반반이지만 강원도의 영동쪽 아홉 고을과 함경도는 땅이 더욱 메말라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않다.

목화는 영남과 호남에서 가장 잘 재배되는데 산골이나 바닷가 어느 곳이나 가릴 것 없이 목화 재배지로 적합하다. 반면 강원도 영동에서 북쪽 함경도까지는 목화의 종자를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설령 심는다 해도 자라지 않는다. 강원도에서는 오로지 원주와 춘천 근처의 들판에서나 조금 자랄 뿐이다.

경기도에서도 한강 북쪽의 산골 마을은 산이 높고 물이 차가워 목화 재배에 알맞지 않다. 오직 개성에서만은 목화가 많이 자란다.

황간·영동·옥천·회덕·공주가 목화 재배로는 첫째이고, 청주·문의·연기·진천 등지가 그 다음이다. 황해도는 바닷가 고을은 목화 재배에 적합하지 않지만 산중이나 들판의 고을은 목화 재배에 알맞다.

이중환은 상업적 농업경영을 위해 특용작물 재배지에 대한 기록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먼저 진안의 담배, 전주의 생강, 임천과 한산의 모시, 안동과 예안의 왕골 등을 예로 들면서 모두 나라 안의 제일가는 재배지로 부자들이 이익을 독점하는 물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을 잘 골라 특용작물 재배에만 성공한다면 국내 최고의 재배지로서 이익을 독점해 큰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중환은 토지가 기름져 농업 경업을 하기에 적합한 곳 다음으로는 물품이 모여들고 배와 수레가 드나드는 상업의 요충로를 지리와 경제가 결합할 수 있는 적지로 꼽았다. 특히 그는 말보다는 수레, 수레보다는 배를 통해 물자를 운송해 교역하는 이익이 더욱 크다면서 수상 혹은 해상로를 이용한 상업 활동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해는 바람이 높고 물살이 급해 경상도 동해 주변의 여러 고을과 강원도 영동 및 함경도의 배는 서로 교통할 수 있지만 서해와 남해의 배는 동해의 물살에 익숙하지 못해 왕래가 드물다고 했다.

반면 서해와 남해는 물살이 느려서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한양과 개성에 이르기까지 장사치의 왕래가 잇따르고 황해도와 평안도까지 교통할 수 있다고 했다. 바닷길을 이용한 상업 활동은 동해에 비해 서해나 남해를 이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바닷길을 이용하면서 강을 따라 내륙까지 물자를 운송해 교역할 수 있는 곳이야말로 상업 활동의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경상도 김해 칠성포, 전라도 나주 영산강과 영광 법성포, 흥덕의 사진포나 전주 사탄, 충청도의 부여와 은진 및 강경, 개성에서 40여 리 떨어진 승천포, 평안도 평양의 대동강과 안주의 청천강 등이 모두 바다와 강이 통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운송과 상업의 최적지다.

이들 상업 요충지 중 경상도 김해 칠성포는 낙동강이 바다로 들어가는 병목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북쪽으로는 상주, 서쪽으로는 진주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중환은 이 때문에 칠성포는 경상도 전 지역의 출입구 역할을 하면서 남북으로 바다와 육지의 이익을 독차지하고 관청은 물론 백성들이 필요로 하는 소금까지 판매해 큰 상업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충청도와 전라도의 육지와 바다 사이에 위치한 은진과 강경은 바닷가 사람과 산골 사람이 모두 모여 물품을 거래하고 교역할 뿐 아니라 한 달에 여섯 번 씩 열리는 큰 시장에는 먼 곳 가까운 곳을 가리지 않고 화물이 모여든다고 했다.

이에 은진과 강경은 1년 내내 물자가 넘쳐나고 크고 작은 배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구에 늘어서 있는 큰 도회지를 이루었다는 것이 이중환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중환은 정작 물길과 배편으로 장사를 해 큰 이익을 남긴 곳은 한양이라면서 이곳은 바닷길과 한강을 통해 온 나라의 물자를 수운하는 배가 모여서 큰 이득을 얻어 부자가 된 사람이 많다고 했다.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의 주인공인 허생이 변 부자에게 돈 1만 냥을 꾸어 몇 십 배로 불린 비결 역시 한강을 중심 무대로 전국의 물길과 배편을 이용한 상업 활동 덕택이었다.

여하튼 상업 활동에 종사해 큰 이득을 얻고자 한다면 바닷길과 내륙으로 통하는 강이 이어져 있는 병목지가 가장 적합하고, 그 중에서도 한강과 서해 바닷길을 이용한 교역이 가장 큰 이득을 준다는 것이 이중환이 전하는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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