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경제학의 개척자 이중환…③부(富)에 대한 새로운 인식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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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경제학의 개척자 이중환…③부(富)에 대한 새로운 인식 역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6.04.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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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학자들] 사회 양극화·지역 불균형 해법 제시
▲ 김홍도의 단원풍속화첩 중 ‘벼타작’.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의 경제학자들] 사회 양극화·지역 불균형 해법 제시

[한정주=역사평론가] 『택리지』의 전체 내용 중 이중환의 경제사상이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는 곳은 바로 ‘복거총론’의 ‘생리’ 편이다.

여기에서 그는 재물에 대한 욕망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양반 사대부 계층을 비판하면서 부(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왜 재물과 재화의 이로움에 관해 논하는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음식을 대신해 바람과 이슬을 먹을 수는 없고, 깃털로 몸을 가릴 수도 없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연히 의식(衣食)에 종사할 수밖에 없다. 위로는 조상과 부모를 봉양하고 아래로는 처자와 노비를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러므로 재물과 재화의 이로움을 경영하여 넓히지 않을 수 없다.” 『택리지』 복거총론 생리편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중환은 옷을 헐벗고 밥을 빌어먹게 되어 조상의 제사도 받들지 못하고 부모를 봉양하지도 못하고 처자의 윤리도 모르면서 가만히 앉아 도덕과 인의만을 외치는 양반 사대부가의 허명(虛名)을 벗어 던지고 의식주에 힘써 인간다운 삶의 방식을 개척하라고 주장한다.

또한 재물은 하늘에서 그냥 내려오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므로 마땅히 스스로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중환은 당시 양반 사대부들과는 다르게 재물에 대한 욕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사대부일지라도 재물을 얻기 위해서는 농업이나 상업경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전국 8도를 두루 돌아다니며 농업·상업경영 혹은 국제무역에 적합한 곳을 기록한 이유 역시 이러한 경제사상과 맞닿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중환은 지리와 경제가 결합하는 최적지로는 토지가 기름진 곳이 으뜸이며, 배와 수레와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어 상품 교역이 일어나는 곳이 그 다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토지문제를 다룰 때 단순히 의식(衣食)을 해결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토지의 비옥도와 경작 조건은 물론 목면의 산지와 재배조건, 특용작물 재배로 부를 축적하는 방식 등을 밝혀 농업생산력의 향상과 상업적 농업경영을 주장했다.

상업경영에 있어서도 국내 상업뿐만 아니라 국제무역의 요충지를 다루면서 정작 큰 재물을 모으는 길은 중국이나 일본과 거래하는 국제무역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반 사대부가 직접 장사에 나설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생선과 소금이 통하는 곳을 살펴서 배를 두고, 거기에서 생기는 이득으로 관혼상제에 드는 비용을 보태는 것이 무엇이 해롭겠느냐?”고 했다.

즉 직접 상품을 사고팔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종 재화나 물품을 운반하는 배를 사두고 경영하는 상업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이렇듯 『택리지』에는 시종일관 부(富)에 대한 양반 사대부의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중환의 진보적인 경제철학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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