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으로 재조명한 자본주의…키워드는 ‘인간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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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으로 재조명한 자본주의…키워드는 ‘인간의 경제’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4.0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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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과서에는 온갖 인위적인 개념들과 수식, 그래프가 가득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경제 활동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하기 위한 경제행위, 특히 시장을 좇아 벌어지는 투기적 영리활동은 오히려 경제적 삶을 위협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여기에 개인과 법인의 경제적 활동에는 이웃과 사회, 윤리와 도덕, 선물과 증여, 의무와 책임 등도 동반된다.

다시 말하면 생산, 교환, 소비, 효용 등으로만 인간의 경제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증여론』에서 선물 교환을 재정의한 마르셀 모스를 비롯해 포틀래치와 쿨라 교역 연구한 프란츠 보애스와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 같은 인류학자들은 합리적 선택 이론과 시장 교환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했다.

칼 폴라니도 『거대한 전환』에서 무차별적인 시장 원리의 확장이 안고 있는 위험성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공리주의와 근대경제학 이론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보여 주었다.

또 마셜 살린스는 『석기시대 경제학』에서 수렵채집 경제의 풍요로움과 자급자족에 주목한 바 있다.

신간 『경제인류학 특강』(삼천리)은 인류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문제를 경제학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경제인류학자들이 그동안 미개한 원시 경제, 비공식 경제로 인식되던 아프리카·멜라네시아·아메리카 원주민의 경제활동을 재평가한 책이다.

산업화 이후 시장과 자본의 프레임에 갇혀 있던 신고전파 경제학의 빈약한 상상력에 끊임없이 도전해 온 인류학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1950~1960년대 벌어진 ‘형식론-실체론 논쟁’이 경제인류학의 황금기를 수놓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 현지조사와 민족지 연구를 반영해 경제에 관한 시야를 열어 놓았던 사례는 대표적이다.

이후 경제인류학은 이주노동, 구조조정, 생태환경에 이르기까지 21세기 글로벌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갖가지 이슈로 연구 범위를 확대되고 있다.

책에서는 마르크스 경제학과 페미니즘 그리고 1970년대 이후 펼쳐진 학문 전반에 걸친 ‘문화로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경제 문제를 둘러싼 현대사상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냉전 이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개된 발전 개념과 세계적 불평등 문제, 소련의 몰락 이후 옛 동유럽 경제, 최근 부상하는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의미를 세계사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러시아의 블라트(blat), 헝가리의 사례금(halapenz), 중국의 관시(关系) 같은 관습이나 이슬람의 바자(bazaar), 모로코의 수크(suq) 같은 비공식 경제활동 영역에도 주목한다.

책을 집필한 대표적인 두 경제인류학자는 평범하지만 낯선 ‘인간의 경제’라는 키워드로 제시한다. 곧 시장 거래를 통해 충족되는 재화와 서비스뿐 아니라 교육과 안전, 건강한 환경 같은 공공재들에 대한 필요 욕구와 일인당 소득 따위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존엄 같은 무형의 욕구까지 논의에 포함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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