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강타한 ‘마이너스 금리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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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강타한 ‘마이너스 금리의 저주’
  • 박철성 칼럼니스트·다우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6.02.1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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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주간증시] 급격한 통화가치 상승에 가로막힌 경기부양 효과
▲ 일본 엔화와 유럽 유로화는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일본 엔화의 강세가 심하다.

[박철성의 주간증시] 급격한 통화가치 상승에 가로막힌 경기부양 효과

일본·유럽발(發) ‘마이너스 금리의 저주’가 글로벌 증시를 강타했다. 결국 국내 증시에 쓰나미를 몰고 왔다. 하지만 지난 주말 미국 증시부터 서서히 안정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주(15~19일) 국내 증시는 변동성이 짙겠다. 지난주가 저점이었음을 확인시켜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은 마이너스 금리를 현재의 경기상황이 그만큼 나쁘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마이너스 금리의 저주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수익성 악화 전망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중앙은행과 거래하면서 상업금융기관들은 마이너스 금리 명목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상업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수수료를 보전받으려면 마찬가지로 일반 고객에게도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해야 한다.

문제는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은행에 돈을 맡길 고객은 없다는 것이다. 돈을 모두 빼낼 우려가 크다. 따라서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수수료 부담은 고스란히 상업 금융기관들이 물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업금융기관들의 수익성 전망이 급격히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유럽과 일본의 증시 폭락은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금융기관의 수수료 부담이 진원지였다.

실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중인 유럽에서도 독일 도이체방크 파산설이 불거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실험에 미국도 참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또 그동안 시장이 잊고 있던 세계 경제의 불안감을 환기하게 시켰다.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주식을 팔고 신용도가 높은 채권 쪽으로 자금이 몰린 이유다. 주식시장의 자금이 빠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게 된 것이다.

유럽과 일본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달러 약세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연기하면서 미국 달러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투자자들은 달러의 추가 약세를 예상해 엔화와 유로화 등을 사들이고 있다. 그 바람에 미국 달러의 가치는 더 하락하고 있다.

반면 일본 엔화와 유럽 유로화는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일본 엔화의 강세가 심하다. 한때 달러당 124엔까지 올랐던 환율이 최근 113엔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급격한 통화가치 상승 때문에 유럽과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악화하고 있다. 그 여파로 유럽과 일본의 증시가 무너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연기, 여기에 일본과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부양 효과를 막고 있다.

▲ 코스피 업종시세. <사진=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12일 코스닥시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도미노 하락에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4년 반 만에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까지 발동됐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불안감에 동반 투매물량을 뱉었다.

이날 오전 11시42분경 코스닥지수가 전날보다 6.60% 하락했다. 곧장 한국거래소는 사이드카를 발동하며 프로그램 매수거래를 중단시켰다.

이후 낙폭이 커졌고 600선이 무너졌다. 11시55분경 8.17%까지 하락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는 8% 이상 하락이 1분 이상 지속하면 20분 동안 모든 매매를 정지시킨다.

매매가 재개됐다. 시장은 안정을 되찾으며 낙폭을 6%대로 줄여나갔다. 하지만 급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769억원, 44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 코스닥 업종시세. <사진=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매물 폭탄은 바이오·제약·헬스케어 등 성장주로 주목받은 업종에 집중됐다. 그동안 이들 업종은 비전을 제시하며 뭉칫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경기침체가 장기적일 것이라는 불안감에 빠지며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증시도 이날 마이너스 금리 저주에 짓눌렸다. 11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 때문이었다.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연준이 미국 경기 회복을 자신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주식시장의 자금은 금, 국채,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개미들이 알아야 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비에 흠뻑 젖은 뒤 우산을 펴 봤자 소용이 없다. 기왕 젖었다면 무지개를 찾는 게 현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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