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서구 기호학이 만나 복원한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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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서구 기호학이 만나 복원한 『주역』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4.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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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 교수의 신간 『다산 정약용의 ‘주역사전’, 기호학으로 읽다』

 
다산 정약용의 저서 가운데 별반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책 가운데 하나가 『주역사전(周易四箋)』이다.

강진에 유배됐던 다산이 1808년 네 차례의 수정작업 끝에 완성한 책이다.

이 책에서 다산은 추이(推移)·물상(物象)·호체(互體)·효변(爻變) 등 4가지 방법을 이용해 『주역』을 풀이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주역』은 점술책이다. 고대 동양인들에게 점술은 성스러운 존재로부터 계시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고 종교적 상징들을 해석해 행위의 지침을 얻어내는 기술이기도 했다.

또 그 속에 담긴 기호와 상징을 통해 점술의 결과를 판단하고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 해 주는 서책이었다.

그러나 점술서로 출발했던 『주역』은 동양의 지식인들에게 점술서 그 이상의 의미가 가지고 있었다.

동양의 지식인들은 자연관·우주론·처세술 등 세계관을 형성하는 핵심적 구성요소들을 『주역』이라는 원천에서 퍼 왔다. 즉 『주역』은 동양적 세계관의 성립을 가능케 한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동양 최고의 지식인으로 꼽히는 다산 역시 『주역』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특히 다산은 『주역』의 개별적인 상황에 대한 행동의 지침을 제공하는 단속적이고 분절적인 언어로 해석돼 왔던 괘효사들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된 서사성을 읽어냈다.

마치 『천자문』이 독립적인 하나하나의 한자가 아니라 거대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서사성을 지닌 것처럼 이해한 것이다.

방인 경북대 철학과 교수의 신간 『다산 정약용의 ‘주역사전’, 기호학으로 읽다』(예문서원)는 여기에 기호학을 결합시킨다.

 
기호학과 『주역』의 관점을 통섭시킴으로써 다산이 『주역』을 이해하는 관점을 해석하고 있다.

특히 기호학과 『주역』의 접점을 찾기 위해 소쉬르, 퍼스, 모리스, 보드리야르, 그레마스 등 서구 기호학자들의 이론을 동원한다.

방 교수는 『주역』 해석의 목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본모습을 잃어버린 기호의 의미를 되살려서 그것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주역』 속에서 다섯 가지 주제를 선택하고, 여기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결합해 다섯 가지 이야기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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