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호텔건립 논란 격화…“관광진흥 앞세워 편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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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호텔건립 논란 격화…“관광진흥 앞세워 편법동원”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4.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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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특정 재벌 사익보다 공공적 가치 높이는 방안 촉구
▲ 경실련과 도시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구 미대사관 숙소부지의 대한항공 호텔건립 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심양우 기자>

경복궁 인근의 구 미 대사관 숙소부지의 호텔건립을 두고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학교주변의 호텔건립을 허용하는 규제개선안을 마련하고 지난달 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를 처리하자 시민단체들이 특정재벌의 사익 보장과 공공성 파괴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가 관광진흥법 개정과 교육부 훈령제정이라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들은 강력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3만7141㎡ 규모의 구 미대사관 숙소부지는 지난 2008년 대한항공이 매입한 이후 2010년부터 호텔건립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경복궁 동쪽에 위치해 남쪽은 율곡로와 인접한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고 동쪽은 덕성여중·고, 풍문여고 등이 인접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또 북촌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제1종일반주거지역, 최고고도지구, 역사문화미관지구 등으로도 지정돼 있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반도 수탈의 첨병이었던 일본 식산은행원의 숙소로 이용됐던 이 부지는 해방후 미군에 임대돼 미 대사관 숙소로 사용됐다. 당연히 미군공여구역반환에 따라 국가에 반환돼야 했지만 미군에서 국방부로 소유권이 이전된 후 2002년 삼성생명에 매각됐고 다시 대한항공이 매입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7성급 한옥호텔 건립계획을 추진해 왔다.

정부도 투자활성화, 관광진흥 등을 앞세워 매년 관련 법 개정안을 통해 대한항공의 호텔건립에 힘을 실어줘 왔다.

그러나 서울시와 서울중부교육청 등은 학교경계선 200m 이내(4m)에 있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올해는 규제개혁 바람을 타고 지난달 26일 정부가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다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실련과 도시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을 활용되어져야 한다며 호텔 같은 숙박시설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대상부지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이미 사법부가 관광호텔 금지를 적법하다고 판결했고 서울시도 지구단위계획에서 관광호텔 불허용도로 정한 곳”이라면서 “국가가 훈령제정으로 사법부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변칙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호텔건립이 허용될 경우 가장 수혜를 입는 기업은 대한항공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역사·문화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호텔건립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해당부지의 공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부터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사법부의 결정과 지자체의 행정조치들을 모두 무시하면서까지 편법을 동원해 호텔건립을 추진할 경우 시민단체들은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박승배 도시연대 사무처장은 “정부는 도시관광과 편익만 우선시함으로써 북촌 주민들의 권리는 무시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정서와 지역맥락에 적합한 공간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북촌 주민들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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