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대중공업의 광고 딜레마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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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대중공업의 광고 딜레마 시즌2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3.3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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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현대중공업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본 후 모 신문사 근무 당시 썼던 칼럼을 찾아 읽었습니다. ‘현대중공업 이미지광고 딜레마’란 제목으로 2012년 6월19일자에 게재됐던 칼럼입니다.

2년 전의 글이지만 상황은 지금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현대중공업이 광고를 통해 여론몰이를 한다는 의혹이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광고히트작으로 평가받은 소위 ‘안성기편’에 이어 새로운 광고를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안성기편’ 광고는 그해 4월15일 치러진 총선과 관련해 대주주 정몽준 의원의 선거지원용이라는 의혹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우여곡절도 겪었습니다.  물론 혐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안성기편’에 이은 새로운 광고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정 의원의 12월 대선을 겨냥해 기획되고 있다는 의혹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대주주의 선거출마와 기업 이미지 광고를 연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해석일지 모릅니다. 다만 대주주의 선거 출마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제약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2년 전의 칼럼을 되새김질하는 이유는 어제 모 종편의 보도와 오늘 이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해명 보도자료 때문입니다.

어제(29일) JTBC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김황식 전 총리 측의 말을 빌어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100억원가량의 광고비를 집중적으로 지출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김 전 총리 측은 선거가 없는 시기에는 없었던 광고 집행이 갑자기 증가한 것은 정 의원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업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사안이 발생함에 따라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을 펼치게 됐다”며 “의혹은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광고가 집행되고 있다면 올해 광고비 지출이 증가해야 하는데 오히려 1월부터 3월까지 매월 광고비 지출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제기된 의혹과 해명 모두 나름 설득력이 없진 않습니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현대중공업은 우호적인 여론조성에 광고 집행을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유는 원전 납품 비리에 현대중공업 임직원과 협력사 대표 등이 연루됐던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1월11일 울산 본사에서 윤리경영실천대회를 열기까지 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현대중공업은 각종 의혹에 시달려 왔습니다. 의혹을 제기한 주장만 놓고 볼 때 정몽준 의원이 선거에 출마할 경우 현대중공업은 어떠한 기업활동도 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 이미지 광고와 함께 사회공헌활동, 개선된 경영실적 발표, 사원복지 증진 등 경영성과를 알리는 정상적인 홍보활동은 물론 해외수주가 매출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업 현실에서 대규모 수주 사실조차도 대주주의 선거지원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제약을 받는 일이 없어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닐까 합니다.

또 대주주든, 이해관계에 의한 정치인 지원이든 더 이상 기업도 정치권 주변을 기웃거리지 않아야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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