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빠져드는 출가의 유혹…『암자로 가는 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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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빠져드는 출가의 유혹…『암자로 가는 길3』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5.11.20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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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깊은 산 속에 들어앉은 암자에 오르면 절로 출가의 유혹에 빠진다.

굳이 중이 되지는 않더라도 번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세상사를 잊고 사는 산중거사, 즉 자연인을 꿈꾸게 된다.

마치 산골짜기 물의 소임이 맑은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는 일인 것처럼 산중 암자는 그 존재 자체로서 저잣거리의 우리들을 위안하고 평정에 들도록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발목을 붙드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출가수행자를 경책하는 불교경전 『초발심자경문』에서도 ‘인수불욕귀산수도 이위부진 애욕소진(人誰不欲歸山修道 而爲不進 愛欲所纏)’이라고 했다.

즉 누군들 산에 들어가 도를 닦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마는 그러지 못하는 것은 애욕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굳이 입산수도만이 절대선은 아니다. 선행을 쌓고 욕락에 휩쓸리지 않으며 남이 하기 어려운 일을 감당하면서 은혜를 베푸는 보시행을 닦으면 그것이 바로 보살의 삶이기 때문이다.

신간 『암자로 가는 길3』(열림원)은 새롭고 기발한 것들을 시도하는 용기와 모험심보다 정신문화를 향한 더 깊이 있는 여행, 진정한 나의 본류를 찾는 고요한 여행의 길로 안내하는 책이다.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정찬주 작가가 1997년 1권을 처음으로 출간한 이래 2004년 개정판에 이어 2010년 2권을, 그리고 첫 출간 후 거의 20년이 흘러 3권이 완성됐다.

1권에는 52곳, 2권에는 32곳, 3권에는 34곳 등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총 118개의 암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에서부터 위치, 서지자료, 수행자들의 일상과 고승들의 일화들, 작품사진까지 담아 작가 특유의 성찰적인 글로 녹여냈다.

 

작가의 말처럼 책에 등장하는 암자는 고향의 시골집처럼 소박하다. 반영구적이라 해 청동기와를 얹는 시대에 마치 흑백사진 한 장을 보는 느낌이다.

때문에 마치 산골짜기 물의 소임이 맑은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는 일인 것과 마찬가지로 산중 암자는 그 존재 자체로서 저잣거리의 우리들을 위안하고 평정에 들도록 일깨운다.

그러나 암자는 참선수행하는 이들만의 것은 아니다. 낡은 한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열정을 다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것이다.

작가는 책머리에서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그것을 거름 삼아 움이 돋듯 내면 어딘가에 새롭게 생겨난 것도 있을 터”라며 “나는 암자로 가는 길에서 만난 자연과 수행자와의 인연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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