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제위기에서 한국사회 복지의 길을 묻다”…『유로존 경제위기의 사회적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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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경제위기에서 한국사회 복지의 길을 묻다”…『유로존 경제위기의 사회적 기원』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10.23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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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복지정책도 확대됐지만 한국인들의 삶은 여전히 피폐한 수준이다.

최근 OECD가 발표한 ‘2015 삶의 질’ 보고서에서는 한국인들의 삶의 질이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0점으로 OECD 평균 6.58점보다 낮아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에 그쳤다.

과도한 복지지출이 국가의 재정을 축내고 오히려 경제를 어렵게 할 뿐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러나 이는 복지지출을 늘리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리라는 일차원적 사고에 불과하다. 한국 사회의 질은 체계와 생활세계에서 모두 낮고 투명성과 신뢰 수준도 높지 않다. 이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넘어 사회정치적 위기로까지 확산된 이탈리아와 그리스와 유사하다.

즉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어떤 식으로 늘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 정책이 체계와 생활세계가 긴밀히 긴밀하게 관련돼 전반적으로 사회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복지 모델에 대한 충분한 합의와 중장기적인 계획 없이 인기 영합에 따른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신간 『유로존 경제위기의 사회적 기원』(한울)은 경제위기를 경제적 원인에서 찾는 단선적인 논리를 극복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해내는 각 국가의 사회적 특성을 밝히고 있다.

또한 왜 유로존 국가 내에서도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위기 극복에 실패했고 독일은 성공했는지,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해 각국의 사회적인 기원을 찾아 나선다.

이를 위해 그리스·이탈리아·독일·터키·한국 등 5개국 국민들이 경제·사회·정치 전반에 걸쳐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설문조사했다.

책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위기의 충격을 크게 받은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공적 사회지출은 높은 편이었지만 공적기관 신뢰와 투명성이 낮았다. 반면 독일은 공적 사회지출이 높으면서 동시에 공적기관 신뢰와 투명성이 높았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응답자의 90%가 넘는 사람들이 정부가 부유층이나 정치인을 대변한다고 응답했으며 정부가 국민의 생각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사람은 14.4%에 불과했다.

즉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는 일견 경제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회의 갈등 상황이 닥쳤을 때 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훨씬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사회적 타협과 통합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신뢰라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독일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OECD 등에서 ‘고용시장의 기적’이라고 말한 독일의 고용정책을 높이 평가한다. 이는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는 이탈리아와 차이를 만드는 독일 경제위기 극복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독일의 정부를 포함한 노동자·기업 등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경제주체들이 고용 친화적인 정책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에는 독일의 사회적 합의 기반이 중요한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한국과 가장 유사한 터키에서 한국사회의 복지사회로서의 가능성을 찾았다.

터키는 군부 출신 대통령의 집권이라는 현대사,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 GDP 대비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과 닮았다.

특히 두 국가 모두 합의민주주의의 전통이 희박하고 복지 지출도 부족한 반면 재정건전성은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는 공통점도 있다.

터키는 유로존 경제 위기와 무관하게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비슷한 경제적·사회적 특성이 곧장 위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터키 사회의 특징은 한국과 달리 높은 수준의 사회 통합적 역량이다.

이 책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소득수준 하층뿐 아니라 상층에서도 복지 증대에 대한 요구가 높게 나타났으며 자기가 알고 있는 집단 외에도 낯선 이들에

대한 신뢰도 지수가 높았으며 소속감, 국가 자긍심 또한 상당히 높았다.

 

높은 의식 지수와 더불어 터키 사회는 국가의 복지 지출 수준이 낮고 정부 효과성도 높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역할의 공백을 이슬람 종교 문화의 전통인 기부 문화 등으로 대변되는 풍부한 사회자본이 메우고 있었다.

이러한 터키의 사례는 복지라는 의제에서 국가가 반드시 모든 것을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의 역량에 비해 훨씬 성숙한 터키의 시민사회는 국가가 미처 감당하지 못하거나 감당하지 않으려 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서문에서 “복지가 늘어난다고 곧바로 위기로 연결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늘어난 복지지출을 관리할 수 있는 정부와 사회의 전반적 거버넌스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지출이 증가흔 것은 위기로 가는 첩경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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