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싸우든지 아니면 굴복해야”…『힘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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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싸우든지 아니면 굴복해야”…『힘이 정의다』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5.10.22 14: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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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의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

“인간적인 옳고 그름은 정의가 아니라 힘에 의해 결정된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해도, 왕을 옹립하고 왕을 쓰러뜨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칼이다. … 모든 세포, 모든 생명체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다. 너는 살아남기 위해 싸우든지 아니면 굴복해야 한다.”

마치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 등장하는 “살려는 자는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영원한 투쟁으로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가 없는 자는 지상에 생존할 권리가 없다”는 글귀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의미는 정반대다. 히틀러의 상대를 억압하고 지배하기 위한 싸움이 아닌 노예근성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의 결정에 따를 수 있는 주인으로 서기 위한 싸움이다.

신간 『힘이 정의다』(영림카디널)의 저자 래그나 레드비어드는 인간의 대다수를 무기력하고 노예근성에 빠트려 약자로 전락시켰다며 지난 인류사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는 “악랄한 거짓일수록 으리으리하게 치장하기 마련”이라며 “다수 인간을 약자로 몰아 호시탐탐 수중에 넣으려는 무리들이 도처에서 발호하고, 이들의 감언이설로 세상에는 거짓이 판치고 있다”고 꼬집는다.

가짜 예언가, 정치가, 선동가 등을 사례로 지적한 레드비어드는 특히 인류를 나약한 존재로 만든 가장 대표적인 선동가로 예수를 지목한다.

예수와 그의 현대판 제자들이 선동가적 면모를 한껏 드러내며 신과 국가, 사제와 정치가를 마치 샴쌍둥이처럼 엮어 이 세상의 강자로 영화를 누려왔다고 비난한 것이다.

1890년 타자본으로 처음 공개된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빅토리아 시대 말기 유럽사회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실체가 베일에 가려져 영원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저자가 예수를 공격하며 기독교를 선동의 종교로 몰아세우고 서양문명의 자부심인 민주주의를 문제시했다는 점에서 당시의 지식인 사회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책’,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책’으로 경원시되면서도 지식인들 사이에는 암암리에 베스트셀러로 퍼져나갔다.

반면 약육강식, 적자생존, 자연선택 같은 진화론의 원리가 정치의 핵심 기술로 거론되면서 당시 지도자들이 애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125년 전에 쓰여진 이 책의 주요 메시지는 오늘날 ‘헬조선’이라는 자학의 담론이 횡행하는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레드비어드는 태초에서 오늘날에 이르는 인류사를 통시적으로 조망하며 강자의 논리를 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을 바꾸라는데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신 자신의 주인으로 살아야만 강자로서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설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장정일은 책 말미의 서평에서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돈과 지배 엘리트가 결탁된 과두제에 무력한 민주주의를 비난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지적 오락이 되었다”면서 “민주주의를 재장전하는 변혁이 없는 한 민주주의를 씹으면서 재장전의 즐거움을 계속 누릴 승자는 이 책을 쓴 지은이”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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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 2015-10-23 15:28:32
말로만 듣던 흥미로운 책이 나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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