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 저버린 소액 금융의 실체…『빈곤을 착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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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저버린 소액 금융의 실체…『빈곤을 착취하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9.1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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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재단은 지난 2006년 노벨 평화상 공동수상자로 무함마드 유누스와 그라민은행을 선정·발표했다.

그라민은행은 영세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 대출을 해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유누스에 의해 설립됐다.

이후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빈곤 국가개발의 주요 수단으로 확실히 인정받았다. ‘빈곤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이라는 메시지가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며 성장이 가속화되고 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소액 금융기관까지 생겨나면서 산업 규모도 70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소액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가난한 사람들의 형편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는 대출자들을 빚의 악순환으로 내몰고 공격적인 대금 회수 관행은 강제 매춘과 아동 노동, 자살까지 발생시키고 있다.

신간 『빈곤을 착취하다』(민음사)는 많은 소액 대출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한 투자라는 외양만 덧입었을 뿐 실상은 가난한 이들을 약탈하는 대부 사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를 누비며 소액 금융업계에 10년 이상 몸담았던 저자 휴 싱클레어는 텔레비전에서 전하는 뉴스 이면의 진실을 밝히며 목적을 잃어버린 소액 금융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서 나아가 지구촌의 빈곤과 불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윤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업을 하는 몇몇 단체와 함께 일하며 겪었던 감동적인 일화와 이들 단체가 다른 소액 금융기관들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에 대해서도 소개돼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근본적인 개혁 없이 소액 금융은 계속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허한 약속과 빈 주머니만을 안겨 주는 투자 기회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또한 대외 원조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선진 부국의 재화와 기술, 시장, 금융, 전문 지식에 대한 빈국의 의존도를 높이고 빈국들을 겉포장만 바뀐 고전적인 식민 착취에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액 금융 2.0은 기관이 거두는 정당한 수익과 빈민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현재 소액금융 부문에 투입된 엄청난 자본이 제대로만 쓰인다면 빈곤 퇴치에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며 의지만 있다면 훨씬 더 나은 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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