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너 27명 주식재산 100억원 넘어…MZ세대만 7명
CXO연구소, 165명 주식가치 10억원 넘어…크래프톤서 주식부자 1~2위
국내 상장사 중 시가총액(시총)이 2조원 넘는 주식종목에서 이달 6일 기준 주식재산이 100억원이 넘는 비오너 주식부자는 27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조사에서 크래프톤 그룹 계열사 임원 중 4명은 주식재산 100억원을 넘겼는데, 이 중 2명은 주식재산 규모만 1000억원을 넘기면서 주식평가액 1~2위를 차지했다.
또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비오너 27명 중 7명은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로 파악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국내 주식종목 중 비오너 임원 및 주주 주식평가액 현황’ 분석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 6일 기준 시총 규모가 2조원이 넘는 149개 주식종목 중 오너·오너가를 제외한 비오너 출신 임원과 주주다. 보유 주식은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현황을 참고했고 주식평가액은 보유 주식수에 이달 6일 종가를 곱한 금액으로 산출했다. 보유 주식은 해당 주식종목 1곳에서 보유한 보통주로 제한해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시총이 2조원이 넘는 149개 주식종목에서 비오너 출신 임원이 1주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는 344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이달 6일 기준 주식재산이 10억원 넘는 임원은 165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다시 주식평가액 규모별로 살펴보면 10억원대가 72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20억원대 34명, 30억원대 8명, 40억원대 10명, 50억~100억원 미만 14명이었다.
100억원이 넘는 거부는 27명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조사(2023년 8월25일 기준) 당시 100억 클럽에 가입한 비오너 주식부자 22명보다 5명 많아졌다. 주식을 보유한 비오너 임원 3500여명 중 1억원 미만은 1931명으로 조사 대상자 중 56%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비오너 중 주식부자 1~2위는 크래프톤 그룹에서 나와 주목을 끌었다. 크래프톤 그룹 계열사인 라이징윙스 김정훈(49세) 대표이사는 크래프톤 주식을 84만3275주나 보유하고 있는데 이달 6일 종가로 곱한 주식평가액만 해도 2723억원으로 3000억원 가까이 됐다. 이는 작년 조사 때 평가됐던 1307억원과 비교하면 1년 3배 이상 주식재산이 불어난 금액이다. 여기에는 크래프톤 주식종목 주가가 작년 조사 때 15만5100원에서 올해는 32만3000원으로 108.3%나 껑충 뛴 것이 크게 작용했다.
현 크래프톤 김창한(50세) 대표이사는 55만4055주를 보유하며 주식재산만 1771억원으로 계산됐다. 작년 8월 조사 때는 850억원 수준으로 1000억원을 밑돌았는데 올해는 1000억원대로 주식가치가 상승했다. 주식재산 규모가 1000억원대로 올라서며 김창한 대표이사는 이번 비오너 대상 주식평가액 중 넘버2 자리를 꿰찼다.
김정훈·김창한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크래프톤에서만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비오너 임원은 2명 더 있었다. 송인애(50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이사(428억원)와 류성중(45세) 주주(292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크래프톤에서만 비오너 주식재산 100억 클럽에 가입한 인원만 4명이나 된 셈이다.
주식가치가 1000억원 넘는 비오너 중에는 삼성전자가 10% 넘게 지분 투자를 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정호(47세) 대표이사도 합류했다. 이정호 대표이사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132만5060주를 보유 중인데 6일 종가 13만700원으로 계산한 주식평가액만 해도 1731억원을 넘겼다. 다만 이정호 대표이사는 작년 조사 때는 1428억원으로 비오너 중 주식재산이 가장 높았는데 올해는 세 번째로 다소 밀려났다. 이정호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보유한 주주 중에서는 허정우(42세) 기술이사(509억원)와 임정수(35세) 기술이사(437억원)도 400억~500억원대 주식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정우 이사를 제외하더라도 500억~1000억원 사이 주식가치를 보인 비오너 임원 등은 5명 더 있었다. 손인호(55세) 실리콘투 부사장(956억원), 지희환(52세) 펄어비스 CTO(756억원), 윤재민(58세) 펄어비스 부의장(721억원), 스콧 사무엘 브라운(43세) 하이브 사내이사(599억원), 민경립(35세) 시프트업 부사장(562억원)이 포함됐다.
이중 손인호 부사장은 작년 8월 조사 때 실리콘투 시총이 5000억원대에 불과해 조사 대상 주식종목군에서 아예 제외됐지만 지난해 8월에도 손 부사장의 주식재산은 201억원으로 이미 100억원을 넘어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손인호 부사장과 같은 종목에서 주식을 쥐고 있는 최진호(55세) 실리콘투 부사장 역시 작년 8월경 132억원에서 325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7월 상장한 게임업체 시프트업 종목에서도 민경립 부사장을 포함해 비오너 임원 중 4명이나 주식재산 100억 클럽에 입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형복(47세) 정보보호 최고책임자(315억원), 조인상(43세) 최고인사책임자(174억원), 이동기(42세) 테크니컬 디렉터(101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조성래 디자인최고책임자는 6일 기준 63억원으로 주식부자 100억 클럽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주식재산이 50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재산 100억 클럽에 가입한 비오너 임원 중 작년 기준 매출 100대 기업 중에서는 김정남(72세) DB손해보험 부회장이 121억원으로 대기업 전문경영인의 체면을 겨우 유지했다. 김정남 부회장은 작년 8월 조사 때 83억원으로 100억 클럽에서 빠졌는데 올해는 주식재산이 100억원을 훌쩍 넘겼다. 금융권에서는 김용범(61세)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313억원을 기록했다. 김용범 부회장의 주식재산도 작년 조사 때 164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300억원대로 높아졌다.
제약·바이오 업종군에서는 유헌영(63세) 대표이사(478억원), 김형기(59세) 부회장(393억원), 기우성(63세) 부회장(352억원), 박세진(62세) 사장(151억원)은 주식재산 100억원을 신고했다. 이중 박세진 사장은 레가켐바이오 종목에서, 나머지 3명은 셀트리온에서 보유한 주식으로 100억원 넘는 주식가치를 보였다.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27명 중 7명은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에 속했다. 이들 MZ세대에는 스콧 사무엘 브라운·조인상(각 1981년생), 허정우·이동기(1982년생), 신재하(1983년생) 에이피알 부사장(304억원), 민경립·임정수(1989년생) 주주 등이 젊은 주식부자 클럽에 포함됐다.
이차전지 제조사인 에코프로비엠에서도 최문호(50세) 에코프로비엠 사장(192억원), 김병훈(62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이사(142억원), 허태경(54세) 에코프로에이피 대표이사(122억원)도 주식평가액이 1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문호 사장은 작년 조사 때 417억원 이상에서 1년 새 100억원대로 주식재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훈·허태경 대표이사도 지난해 각각 200억~300억원대에서 올해는 1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는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작년 조사 당시 34만2500원에서 15만8100원으로 떨어진 이유가 컸다.
지난해 조사에서 4명이나 비오너 중 주식가치가 100억원 넘었던 HPSP는 올해 조사에서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00억원 넘는 주식부자를 1명 배출했던 알테오젠도 올해는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임원은 따로 없었다. HPSP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요인이 컸다면 알테오젠은 주가는 크게 뛰었지만 올 3월까지 400억원대 주식재산을 보유했던 이상미 전무가 퇴사함에 따라 올해 조사 시점에서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비오너 임원은 따로 없게 됐다.
비오너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이들과 달리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비오너 주식부자 1위는 박학규 사장이 2만8000주를 보유해 19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2만5000주 17억원대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는 박정호 부회장이 2만2114주를 보유하며 주식평가액이 34억원 이상으로 해당 종목에서 비오너 중 주식가치가 가장 컸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22억원으로 현대차 내에서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았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과거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같은 주요 대기업에서도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전문경영인 등이 등장했지만 근래에는 50억원을 넘기는 경우도 드물어졌다”며 “이와 달리 최근에는 게임업체 등에서 활약하는 30~40대 중에서 100억원 넘는 신흥 주식부자들이 다수 배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조사에서도 주식재산 100억 클럽에 가입한 30~40대는 12명으로 44.4%나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