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보다 더 유명한 계곡…금강산 남쪽 최고 산수 화양구곡의 도명산
[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㊴ 섬섬옥수 맑고 투명한 물줄기·담과 소 만든 암반들
월요일 이른 아침 차를 몰고 도명산(642m) 산행에 나섰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음성·괴산 나들목으로 나와 청천면 화양리 화양구곡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평일 한가로운 산길엔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다운 낙엽이 즐비하고 산자락 비탈에 늦가을 하얀 연무가 내려앉았다.
도명산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산으로 북쪽 끝에 자리 잡고 있으며 산보다 계곡이 더 유명한 곳이다. 산과 계곡이 절묘하게 어울어진 화양구곡은 옛사람들이 금강산 남쪽으로 최고의 산수라 하여 사계절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승지다. 제1곡인 경천벽에서 제9곡인 파천까지 맑은 물을 따라 약 10리 산속으로 계곡이 이어진다.
도명산 산행의 길목인 화양구곡엔 이르자 섬섬옥수 같은 맑고 투명한 물줄기가 담과 소를 만들고 매끄럽고 널따란 암반들이 펼쳐져 천혜의 풍광에 젖어 들며 오감이 깨어난다.
주차장과 매표소를 지나 화양 2교를 건너 제2곡 운영담은 주변 소나무 숲과 명경지수의 어울림은 한 폭의 산수화다. 오른쪽엔 우암 송시열 유적지와 화양서원터를 지나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우거진 송림사이로 암서재의 모습이 드러난다. 암서재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글을 읽고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으로 4곡인 금사담이다.
화양3교를 건너기 바로 전 산행입구인 첨성대까지는 공원길을 걷는 듯 평탄한 포장길 탐방로로 1.6km 25분 정도면 닿는다.
‘도명산 3.2km’라는 이정표가 보이고 본격적인 등산로로 경사가 급한 철계단을 오른다. 메마르고 앙상한 산속엔 인적도 없고 고요해 늦가을 정취를 더해준다.
이런 풍경의 산허리 길로 1시간 정도 무난한 오름이 계속되며 참나무숲이 터널을 이룬 너덜겅을 지나고 다시 한번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면 정상부 능선길에 닿는다. 청량한 기운과 탁트여 보여지는 속리산의 산군이 장엄함을 연출한다.
전망 좋은 너럭바위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정상을 향해 걷는다. 정상까지는 600m. 능선길을 따라 통천문을 통과해 가파른 바윗길을 조심조심 오른다.
거대한 바위틈에서 뿌리를 내린 흡사 분재 같은 소나무에 경외심이 든다. 희뿌연 연무가 조금 끼어 있지만 시야를 막을 정도는 아니고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져 가슴 벅찬 조망이 펼쳐진다.
정상 바로 아래 슬랩지대를 올라 드디어 정상에 도착한다. 2시간30분이 소요됐다.
끝없는 마루금이 펼쳐지며 제일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속리산의 주능선인 문장대에서 묘봉으로 이어진 산줄기다. 사방팔방 터져있는 조망에 흠뻑 젖으며 기념사진 몇 컷 찍고 하산을 서두른다.
학소대 방향으로 2.8km. 하산길 초반부는 급한 목책 계단길이다. 10여분 내려서면 거대한 화강암 바위군에 고려 시대 마애삼존불 암각화가 희미하게 그려져 감동을 자아낸다.
이후 무난한 내리막길로 이어져 학소대에 도착했다. 학소대 아래 너럭바위에 앉아 화양구곡 맑은 물에 탁족을 즐기고 주차장까지 편안한 산책길을 따라 11km 4시간40분 산행을 마친다.
첩첩산중으로 이어진 도명산과 화양계곡의 유려함, 이 절묘한 미색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