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론씨스템즈(019490)의 상장유지는 가능할까. 하이트론을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눈빛이 떨리고 있다.
하이트론의 새 최대주주는 아시아미래투자조합이다. 아시아미래투자조합의 최대출자자는 50%를 납입한 아시아창업투자주식회사다. 즉 아시아창투가 아시아미래투자조합의 몸통이다.
그런데 아시아창투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 중소벤처기업청으로부터 법규위반, 경영개선 요구를 받았다. 또 다수의 위법 사항을 중기청으로부터 여러 번 지적도 받았다.
아시아창투의 검은돈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하이트론의 관리종목 지정 사유는 반기감사 의견 거절이었다. 지난 연말 진행된 감사조차 의견 거절을 받는다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반기 거절 사유를 해소하지 못했을 경우다.
하이트론이 반기 감사의견 거절 이유는 먼저 ‘CB 발행 관련 거래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다’는 것. 또 이 거래 관련 미수금 회수 가능성도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해 2월10일 하이트론은 케이비파트너스를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의 제22회차 CB를 발행했다. 케이비파트너스는 사채업자 K씨와 관련 깊은 법인이다. K씨는 다수의 상장사 무자본 M&A에 자금을 대는 전주(錢主)로 유명하다.
실제 올초 하이트론 감사에 선임된 권 모 감사는 K씨가 투자한 회사에 여러 번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22회차 CB는 전자등록으로 공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실물 발행돼 사채시장에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CB의 발행 과정부터 자금 납입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것.
두 번째 의견거절 사유는 ‘특수관계자 범위와 거래에 대한 정확성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한 점’이다. 이는 최상위 지배자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하이트론은 4회에 걸쳐 최대주주 변경 관련 공시를 냈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트론의 전 최대주주 최영덕 사장은 “보유 주식 전부를 ‘드림하이 사모투자 전문 합자회사(드림하이)’에 장외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최대주주는 한 모 씨로 변경됐다. 그런데 한 씨도 지분을 매각하면서 기존에 6.79%를 보유하고 있던 아이디스홀딩스가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드림하이가 최 전 사장으로부터 지분을 받아 최대주주가 됐다가 곧바로 펀드를 해산했다. 결국 다시 아이디스홀딩스가 최대주주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드림하이가 잔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림하이 측이 인수했던 최 전 사장의 지분은 공중 분해됐다. 하지만 경영권은 드림하이가 확보했다.
지난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드림하이 측 인사인 임정훈 대표, 김동건 전 대표, 권정택 사외이사, 권혁진 감사 등이 선임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이들이 하이트론의 경영을 맡고 있다.
더욱이 최근 하이트론의 몸통 격인 아시아창투에 일명 찍기(가장납입)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1일 아시아창투에 관계됐던 박 모 씨 등의 인물들은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일명 ‘찍기’는 가장납입을 뜻하는 업계 전문용어다. 돈을 넣었다 바로 빼면서 넣었던 기록만을 제출하는 수법을 말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찍기를 횡령과 동일한 심각한 사안으로 처벌하고 있다.
하이트론 공시에 의하면 아시아창업투가 아시아미래투자조합1호를 통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발행한 80억1000만원 기명식 보통주 지분 23.83%를 취득하고 동시에 2021년 12월1일자로 최대주주가 아이디스홀딩스에서 아시아미래투자조합으로 변경됐다. 인수목적은 ‘경영 참여’라고 밝혔다.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 공시에 드러난 아시아미래투자조합은 ㈜아이게이밍파트너스(대표 박준서)가 8.92%로 조합 최대지분을 보유했고 투자금액은 약 30억원. 나머지 50억원은 홍수강, 이정임, 전지윤 씨 등 조합원이 각각 5.98%, 5.95%, 2.97%를 투자했다고 명시했다.
관리종목에 과감한 투자까진 좋다. 문제는 하이트론의 새로운 최대주주 아시아미래투자조합의 몸통, 아시아창업투자㈜에 검은돈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
아시아창업투자㈜의 법인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하면 상호변경 전 법인명은 ㈜이피에스인베스트먼트였다. 최초 설립일은 2018년 6월27일. 설립 후 2018년 10월23일 처음 중소벤처기업 장관으로부터 승인받은 조합 이름은 이피에스투자조합1호였다.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 사이트(DIVA)가 이곳의 검은돈을 지적했다.
공시에 의하면 우선 중기청이 창투사 설립 후 조합계정으로 불법 투자한 3억3000만원에 대해 전액회수 명령을 내렸다.
또 중기청은 아시아창투가 자본잠식률 50% 이상, 경영 건전성 확보를 위한 경영 개선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만 아니다. 자본잠식, 즉 껍데기만 남은 ㈜이피에스인베스트먼트의 문제점을 방치한 채 실소유자인 박 모 씨가 2020년 11월27일 헐값에 매각했던 것.
창투사 이피에스인베스트먼트는 설립과 동시에 박 씨가 투자받은 자금 총 6억원에 대해 이미 담보 잡힌 상태였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매각했다.
실소유주였던 박 씨는 창투사 설립 당시 9억9000만원 규모 가장납입과 면세사업 투자사기 혐의로 지난 12월21일 동부지검으로부터 사기와 상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박 씨는 지난 2008년 4월 상장 폐지된 UC아이콜스 주가조작 사건 때도 등장했다. UC아이콜스 사건은 ‘작전 종합선물세트’로 불릴 정도였다. 모든 작전 테크닉이 집약적으로 가미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도대체 누가 주포야?”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설계가 복잡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BW 발행 기법도 가미됐다. 또 M&A 재료 만들기와 불성실 공시도 사용됐다.
여기에 명동 사채업자들이 작전 중반부에 합류했다. 그러면서 브로커들이 스스로 ‘작전 가지치기’에 나섰다는 후문도 있다.
검찰은 수사 결과 UC아이콜스 작전이 수백억 원대 규모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선 족히 수천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한 명의 주포에 의해 시나리오가 설계된 경우가 아니라 뒤끝이 영 찝찝하다. UC아이콜스의 표면적인 주포는 대표 이 모 씨였다.
이 씨의 경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으로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었다. 특이한 이력으로 당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시장에선 그 누구도 이 대표를 단독 주포로 보지 않는다. 이 대표에게 돈을 대줬던 당시 공동대표 박 씨를 진정한 주포로 보기도 한다. 또 명동 사채업자 측에서 ‘선수’를 기용해 중반 이후 판을 키웠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본론으로 돌아와 이피에스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한 임 모 대표와 실소유주 민 모 씨는 2020년 12월2일 아시아창투로 상호변경을 했다.
이와 관련 익명의 제보자 J씨는 “임 씨와 민 씨는 박 모 씨 수법으로 12억원 규모의 가장납입을 했다”면서 “그런 후 2021년 4월26일 아시아창투를 본인들이 인수한 가격의 두 배로 윤 모 씨에게 재매각해 차익을 챙겼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창투는 이피에스인베스트먼트 창립 당시부터 9억9000만원을 가장납입했고 조합계정의 돈 3억3000만원도 빼돌린 상태로 회사를 매각했다. 그런데 실소유주가 된 박 씨는 지난 11월21일 검찰에 기소가 된 상태”라면서 “이를 인수한 새로운 실소유주 민 씨는 상호를 아시아창업투자로 변경한 후 박 씨처럼 12억원을 가장납입하고 인수가의 2배에 가까운 돈을 받고 창투사를 재매각했다”고 강조했다.
또 J씨는 “이번 사안의 문제는 가장납입 창투사의 양수·양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아시아창투사를 인수한 주체가 경암빌딩·저축은행 사기·불법대출건으로 장기 복역했던 강 모 씨가 깊숙이 관여돼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 씨 주도하에 아시아창투를 인수했고 조합원을 모집해 80억원이 넘는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사인 하이트론을 인수했다는 것이 또 큰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창업투자회사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해 중소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육성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된 투자회사다. 따라서 창투사는 중소기업청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중기청의 창투사 대주주 자격요건은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고, 1000만원 이상 채무 불이행 상태가 아닌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다.
대주주가 이 같은 요건에 맞지 않을 경우 중기청은 6개월 이내 취득주식 처분을 시정조치할 수 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업무정지와 형사처벌 등 추가 제재를 가하게 된다.
아시아창투도 예외가 아니다. 중기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중소기업창업 투자회사전자 공시 사이트(diva.kvca.or.kr)에 의하면 아시아창투는 2021년 12월 현재 총 5건의 위법사항을 지적하고 공시했다.
2020년 1월 자본잠식, 2020년 10월 전문 인력 요건 충족 문제·사무실 시설 보유 시정명령과 특수관계인 투자문제, 2021년 9월 자본잠식률 50% 이상으로 지적을 받아왔다.
중소기업창업 투자회사전자 공시대로 아시아창투 재무 상태로는 정상적인 창투업무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자본잠식 50% 이상으로 경영개선 지적을 받는 아시아창투가 지난 9월 80억원 중 40억원을 출자해 조합을 만들고 의견 거절 기업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것이다. 해당 투자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아시아창투의 실소유주는 누굴까.
과거 테헤란로 경암빌딩 사건으로 장기 복역하고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강 모 씨로 알려졌다. 실제 하이트론을 인수할 때 강 씨는 아시아창투 명함을 들고 M&A 현장에 직접 얼굴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아시아창투의 실사주가 강 씨라는 시장의 전언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취재진은 지난해 12월6일 <72% 급등했던 하이트론…새로운 최대주주 실체와 검은돈 의혹>에서 “장기 복역하고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강 씨가 도대체 어떤 자금으로 창투사를 인수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아시아창투를 거쳐 간 대주주들의 면면과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를 통해 아시아창투는 이름만 창투인 껍데기 법인이라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아시아창투는 최근 2년 동안 계속 대주주가 바뀌었다. UC아이콜스 주가조작 사건의 박 씨를 거쳐 그 다음 민 씨에게로 넘어갔다가 최근 출소한 강 씨한테로 넘어갔다. 이처럼 실제 사주가 계속 변경됐다.
껍데기에 불과한 회사였기에 금융전과자들끼리 아시아창투의 손바뀜이 가능했다고 금융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만큼 중기청의 창업투자회사 관리, 감독에 사각지대가 많다는 의미다.